“우리는 모두 구조된 게 아니라 스스로 살아남은 겁니다.”
세월호 참사 1,000일을 이틀 앞둔 7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촛불집회에 세월호 생존 학생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세월호 참사 추모의 자리로 마련된 이날 집회에 등장한 학생 9명은 어두운 표정으로 가슴에 노란 리본을 달고 무대 위로 올라섰다.
당시 단원고등학교 2학년1반이던 장예진(20·여)씨는 “시민들 앞에서 우리 입장을 말하기까지 3년이 걸렸다”며 말문을 열었다. 장씨는 시민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 뒤 “세월호 사건이 있은지 3년, 우리는 진상규명을 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시민들의 도움으로 가능해질 것 같다”고 말했다.
장씨는 “우리는 모두 구조된 게 아니라 스스로 살아남은 것”이라며 “우리는 가만히 있으라기에 가만 있었고, 해경이 왔다기에 별일 아닌 줄 알았다.?그런데 지금 사랑하는 친구들과 함께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장씨는 이어 “그동안 우리만 살아남은 게 유가족에게 너무나 죄송했고 뵙기조차 어려웠다”며 “우리를 보면 친구가 더 생각날까봐 걱정되기도 했다”고 심경을 전했다. 그는 “3년이 지난 지금 아마 많은 사람들이 이제는 괜찮아지지 않았을까 생각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고 속내를 털어놓기도 했다.
그는 “비난 받을 게 두려워 숨어 있기만 했지만 이제는 용기 내서 말하고 싶다”며 “나중에 친구들을 만나도 부끄럽지 않도록 당당하고 떳떳하게 살겠다”고 다짐했다.
유가족의 발언도 이어졌다. 2학년2반 세희 아빠라고 밝힌 남성은 “박근혜 대통령와 최순실 등 비선실세의 모든 악행이 속속들이 드러낸 것은 먼저 간 아이들이 간절히 바랐기 때문”이라며 “(국민들이)진실이 밝혀지는 그날까지 함께 해 줄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세월호 생존학생과 유가족들은 본집회 이후 7시40분부터 행진을 시작했다. 이들은 행진 대열 맨 앞에서 세월호 분향소 사진과 현수막, 희생자들의 단체사진을 들고 청와대 방면으로 이동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