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박정우 감독 "시국에 묻힌 원전 안전성 문제...흥행 기쁨보다 아쉬움 더 크죠"

[관객 450만 넘은 영화 '판도라' 감독 박정우]

정부 부패했을 때 재앙은 커져

국가의 보호 받지 못한 피해자

국민들 끝까지 잊지 말았으면...



“무사히 작품을 만들어서 개봉하고 큰돈을 투자해준 투자사에 손해를 입히지 않는 손익분기점을 넘기자는 게 처음 목표였고 이것을 달성한 것은 다행이지만, 원자력발전의 안전문제 등 관련 이슈가 활활 타오르기에는 관객 수가 조금 부족한 것 같아 이 부분은 아쉽죠.”

일부 극장에서는 상영관이 단 한 관도 없을 정도로 열악한 상황에서도 마라톤 흥행을 이어가며 손익분기점인 누적관객 450만 명을 돌파한 영화 ‘판도라’를 연출한 박정우(48·사진) 감독은 지난 7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흥행 성공에 대한 기쁨보다 아쉬운 부분이 더 크다고 했다. 이어 박 감독은“좀 더 평화로운 시국에 개봉했다면 원전 문제가 좀 더 커다란 반향을 일으키지 않았을까 생각한다”며 “영화가 개봉했던 지난해 12월7일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정점으로 치닫는 시기였기 때문에 원전에까지 국민들이 관심을 가질 마음의 여유가 없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판도라’는 개봉 직전까지도 그저 원자력 발전을 소재로 한 대형 블록버스터라는 것 외에는 알려진 것이 없었다. 그런데 정권의 비선실세 최순실이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이 영화가 현 시국과 매우 흡사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커다란 관심 속에 개봉됐다. 그런데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는 오히려 이 작품에 양날이 칼이 됐다. 시국이 급변하면서 생각보다 쉽게 개봉할 수 있었던 반면 정치 이슈에 영화의 메시지가 묻힌 측면이 없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박 감독은 “영화를 만들 때부터 저희는 움츠리고 정권 말기에 레임덕이 와서 대통령 지지율이 10% 밑으로 떨어지면 개봉을 하자고 농담처럼 이야기를 했는데, 상황이 급변하면서 제가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올랐다 등등 할 말 못할 말을 시원하게 이야기하면서 개봉을 하게 됐다”고 전했다. 다만 “영화 속 원전 문제는 허무맹랑한 이야기다, 논리적이고 과학적이다 혹은 그렇지 않다 등등으로 시작해서 원전에 대한 찬반 양론이 각을 세우고 이슈가 되길 바랐는데 국민들이 이런 이슈보다는 정치 이슈에 더욱 관심을 가진 시기였던 것 같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사실 영화의 기획 의도는 원전의 안전성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이었지만 4년 전 기획된 작품이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현 시국과 흡사해 주목을 받은 측면은 있었다. 이에 대해 박 감독은 “막을 방패가 없는 창인 원전 사고가 터진 상황과 정치인들의 부정적인 속성들이 결합됐을 때 재앙은 더욱 커진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반문했다. “우리가 겪은 재난들은 늘 똑같은 일들이 반복되는데 당하는 사람들은 늘 국가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재수 없게 피해자가 되고, 피해자들은 여기저기 하소연을 하고, 처음에는 대중들도 관심을 보이고 아파해 주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면 어떤 프레임에 갇혀서 징징대는 사람들, 보상금을 노리는 파렴치한들, 사회를 혼란스럽게 세력이라고 하죠, 왜 그래요? 이건 정말 속 터지는 일 아닙니까, 시간이 지나면 잊히고 복구되고 그런 문제가 아니지 않습니까?”


박 감독이 ‘정치인뿐 아니라 우리도 그들의 아픔을 잊지 말자’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고 거듭 강조했다. “제 바람은 그 찜찜함을 한번 우리가 같이 들여다 봤음 좋겠다는 거예요. 영화의 마지막에 썼던 “무섭다고 눈 감지 말고 겁난다고 귀 막지 말라”라는 대사처럼이요. 그렇게 되면 이런 일들은 계속 반복되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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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의 위험성이 활발하게 논의되는 상황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사회단체, 정치권은 물론 원전에 대해 잘 알지 못했던 이들로부터 꾸준한 찬사와 호응은 이어지고 있다. 그는 이에 대해 “탈핵 운동하시는 분들이 옛날에는 두 시간 짜리 강의를 했는데, 이제 그냥 ‘판도라’ 한 편 보라고 하신다”며 “450만 명이라면 적지 않은 관객들이 봐주셨기 때문에 이런 반응도 나오는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박 감독은 이 영화를 위해 한국의 에너지 정책부터 원전에 피폭됐을 때 인체에 오는 반응 등을 매우 치밀하게 취재했다. “피폭 양과 노출 시간에 따라 부상 정도가 매우 다른데, 양이 적고 노출 시간이 적을 때는 화상 정도지만, 세포를 파괴하는 것이라서 시간이 지남에 따라서 까맣게 타들어가요. 그런데 이런 건 다 취재를 해놓고도 화면에 담지 못했어요. 보시기 힘들까봐서요.”

사진=송은석기자

연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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