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국경세



세금 중 가장 역사가 오래된 것은 사람마다 매기는 인두세(人頭稅)와 외지인에게 부과되는 통행세다. 성경에도 옛 팔레스타인 땅에서 두 종류의 세금은 법률로 규정했다는 기록이 있다. 고대국가에서 통행세는 여러 나라를 다니는 상인들에게 주로 부과됐다. 이 통행세가 근대국가의 태동과 국가 간 교역이 증가하면서 제1차 경계선을 따라 ‘국경세’로 바뀐다. 국경세는 애초 사람뿐 아니라 물품이 정치적·경제적 의미의 국경을 지날 때마다 부과되는 세금을 지칭했으며 관세가 대표적이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이자 초대 재무장관인 알렉산더 해밀턴은 1791년 의회에 보고서를 제출해 중요한 정책을 제안한다. 신생 미국의 제조업을 보호하고 유럽 선진국들과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수입품에 관세는 높게 매기고 수출품에는 세금을 면제해야 한다는 이른바 ‘국경세 조정(border tax adjustment)’이다. 뉴잉글랜드 등 북부 공업 지역의 이해를 반영한 이 제안은 토머스 제퍼슨 등 남부 지주세력의 반대로 당장 정책으로 실행되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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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제안은 그러나 미영 전쟁 후 교역국 다변화의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1816년 실행에 옮겨지고 1945년까지 130년간 미국 경제 정책의 기조가 된다. 해밀턴이 주장한 이 정책은 국가별 조세 수준 차이를 해결한다는 명분에도 명백한 보호무역 장치였다. 실제로 이 기간 동안 미국은 35~55%의 관세율을 유지했으며 해운업·은행업 등 신성장 산업에 대해서는 외국인 투자까지 엄격히 규제했다.

도널드 트럼프가 일본기업 도요타가 멕시코 과나후아토주에 추진하고 있는 공장에서 생산한 자동차에 막대한 국경세를 물리겠다고 경고했다. 이미 GM·포드 등 미국 기업의 멕시코 공장 건설 추진을 백지화시킨 데 이어 미국 내 판매 1위인 도요타까지 이 대열에 합류시키려는 의도다. 미국 내 일자리를 지키겠다는 것인데 반세기 이상 미국이 주도해온 글로벌 자유무역체제를 전면 부정하는 발상이 우려스럽다. /온종훈 논설위원

온종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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