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을 찾은 3만 여명의 관객들은 공연 시작 전부터 무대를 향해 환호를 보내며 공연장 내를 뜨겁게 달궜다. 이번 단독 콘서트 ‘BIGBANG10 THE CONCERT: 0.TO.10 FINAL IN SEOUL’은 지난해부터 이어 온 빅뱅의 데뷔 10주년 프로젝트의 종착지이자 탑의 군 입대 전 마지막 완전체 콘서트라는 데서 그 어느 때보다 관심이 뜨거웠다. 이를 증명하듯 7, 8일 양일간 개최된 이번 콘서트는 예매 오픈과 함께 일찌감치 매진됐다.
“오늘이 진짜 마지막!”이라고 외치며 무대에 등장한 빅뱅은 ‘천국’을 열창하며 콘서트의 화려한 포문을 열었다. 이어 ‘WE LIKE 2 PARTY’, ‘HANDS UP’ 그리고 ‘BAD BOY’, ‘LOSER’와 최신곡 ‘에라 모르겠다’까지 잇달아 선보이는 동안 그들은 “이것이 빅뱅이다!”라고 낙인을 찍듯 화려한 퍼포먼스와 10년차 가수의 내공을 드러내며 무대를 누볐다.
빅뱅의 저력은 개인 무대에서도 빛을 발했다. 장미 무늬가 프린팅 된 화려한 의상을 입고 등장한 승리가 자신의 솔로곡 ‘LET‘S TALK ABOUT LOVE’, ‘STRONG BABY’로 멋진 무대를 꾸몄고, 대성은 ‘날개’와 트로트곡 ‘날 봐 귀순’을 부르며 연신 팬들에게 손으로 하트를 그리는 등 특유의 유쾌하고 밝은 매력을 과시하며 분위기를 띄웠다.
이어 등장한 지드래곤은 ‘연예인의 연예인’이라는 수식어에 걸맞게 자신의 솔로곡 ‘HEART BREAKER’와 ‘CRAYON’부터 탑과 함께한 ‘HIGH HIGH’, 태양과 유닛 활동을 펼쳤던 ‘GOOD BOY’까지 짧은 시간동안 변신을 거듭하며 대체 불가한 존재감을 입증하기도 했다. 태양 역시 ‘눈코입’, ‘나만 바라봐’, ‘RINGA LINGA’를 감성적인 보이스로 채우며 팬들을 열광케 했다.
그 가운데 탑의 솔로 무대는 가장 깊은 인상을 남겼다. “빅뱅 완전체 콘서트로는 당분간 마지막이다. 저희에게는 평생 기억에 남을 공연이 될 것 같다고” 오프닝에서 밝힌 소감처럼 탑은 록버전으로 편곡된 ‘아무렇지 않은 척’과 ‘DOOM DADA’로 그 어느 때보다 강렬한 무대를 선사하며 마지막 공연을 뜨겁게 채웠다.
이윽고 평소보다 더욱 짙어진 감성으로 ‘IF YOU’와 ‘LAST DANCE’를 열창하며 감동적인 분위기를 자아낸 다섯 명의 멤버들은 자연스럽게 10년이라는 시간에 대한 소회와 함께 탑의 입대로 갖게 될 공백기에 대해 언급했다.
태양은 “10년 전에 데뷔해서 오늘 이 무대까지 굉장히 빠르게 시간이 지나간 것 같다”며 “저희는 이게 마지막이 아니다. 저희의 10년이 빨리 지난 것처럼 여러분을 다시 볼 수 있는 날도 빨리 올 거라고 생각한다. 자연스러운 일이니 너무 걱정하지 마라“고 되려 팬들을 위로했다.
“해를 거듭할수록 굳이 말을 안 해도 서로 느끼는 게 있다”고 팬들을 향한 애정을 드러낸 지드래곤은 “열심히 찾아뵈었어야 했는데 늦어서 죄송하다. 하지만 올해 시작을 한국에서 함께 할 수 있어서 든든하다. 2017년이 더 기대되는 한 해가 될 것 같다”며 “공백 기간 동안 멤버들의 솔로 활동을 보다보면 금방 시간이 갈거다. 그리 슬퍼할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 가운데 군 입대를 앞두고 있는 탑은 “10년이 넘는 시간동안 저희들과 함께 추억을 쌓아나가고 뜨거운 기다림으로 (힘이 되고), 저희를 발전 시켜준 것도 여러분이었다”며 “19살 때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쉬지 않고 달려왔기에 겪어보지 않은 새로운 환경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지만 지금은 마음이 편해졌다”고 팬들을 향한 감사를 전했다.
이어 “2년이라는 시간이 그리 길지 않은 것 같다. 여러 분의 웃는 얼굴을 가슴 속에 잘 담아서 가겠다. 2년 동안 더 발전된 모습으로 돌아오겠다”고 전했다.
다섯 명의 멤버들은 결코 이것이 끝이 아니라는 것으로 한데 입을 모았다. 그리고 그것이 이날 콘서트에서 눈물 대신 웃음을 택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 빅뱅은 마지막으로 ‘BANG BANG BANG’, ‘FANTASTIC BABY’, ‘맨 정신’ 무대로 뜨겁게 타오르며 가장 빅뱅다운 마침표를 찍었다. 일순간에 주변을 다 태울 듯한 열정 넘치는 모습으로 무대를 가득 채운 빅뱅은 마치 자기장처럼 팬들의 함성까지 무대 위로 끌어당겨 함께 호흡했다. 흡사 외부와는 철저히 분리된 또 다른 세계에 온 것처럼.
이번 콘서트는 초대형 3단 피라미드 리프트부터 시작해서 조명, 영상 등 어느 하나 아쉬운 부분 없이 알차게 채워졌다. 하지만 공연을 더 의미 있게 만든 것은 공연에 임한 빅뱅 멤버들과 팬들이 나눈 진심이었다.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이라는 말처럼 빅뱅은 나날이 새로운 모습을 선보여 왔다. 10년이라는 시간동안 ‘이제 그들이 보여줄 수 있는 것은 다 보여준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때마다 어김없이 빅뱅은 한층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며 허를 찔렀다. 비록 10년을 거침없이 내달려온 빅뱅은 잠시 쉼표를 찍게 됐지만, 이날 공연은 빅뱅의 향후 10년에 대한 기대까지 품게 하는 공연임에 틀림이 없었다.
“나는 이 노랠 부르며/너에게 돌아갈 거야/아름다웠던 그댈/다시 볼 수 있다면”라고 노래하는 ‘LAST DANCE’ 속 가사처럼 그 언젠가 가장 빅뱅다운 모습으로 돌아올 모습을 그려보며 그들이 지나온 10년 세월과 음악에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