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마지막인 9일 국회 최순실 국정농단 국정조사 7차 청문회에도 핵심 증인들이 대거 불출석했다. 이들이 제출한 불출석 사유서를 보면 석연찮은 점이 한둘이 아니다.
먼저 문화계 블랙리스트 관여 의혹을 받는 조윤선 문화체육부 장관은 “저는 11월 30일 청문회 증인으로 참석해 성실히 답했는데 국조특위가 이를 위증으로 판단해 검찰에 고발했다”면서 “과거와 동일한 진술을 한다면 이는 또 다른 위증으로 반성의 기미 없는 진술이 될 우려가 있고, 기존 증언과 다른 진술을 하면 그 자체로 또 위증이 될 우려가 있다”며 불출석 사유를 밝혔다.
최순실 국정농단을 방치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도 “장시간동안 위원님들의 집중적인 질문에 성실히 답변했음에도 귀 위원회가 저를 위증혐의로 특검에 고발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귀 위원회에 출석한다면 고발 사건의 수사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높다”고 사유서를 제출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미용을 담당했던 정매주·정송주 미용사 자매도 “저나 동생처럼 단순히 미용업에 종사했던 사람들에게 지금의 상황은 너무나 무섭다”면서 “우울증과 불면증 등으로 인하여 건강이 몹시 좋지 않아 공개된 장소에서 오래 전 일을 상세하고 정확하게 증언할만한 정신 상태가 되지 못한다”고 청문회 불참 사유를 밝혔다. 또한 정매주 씨는 “불면증, 독감 등으로 건강이 악화되어 방송 카메라 앞에서 정확한 증언을 하지 못할 정도로 심신이 피폐해진 상황”이라고 전했다.
삼성의 정유라 지원 관련 의혹을 받는 박상진 삼성전자 사장도 “본인의 어지럼증이 재발해서 못 나온다”면서 삼성서울병원의 진단서를 함께 제출했다.
이에 국조특위 위원들은 “조윤선 장관은 본인의 위증 관련해 법리적 방어를 할 수 밖에 없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는 진실을 감추어야 할 피의자라는 것을 본인이 시인한 것”이라며 “도대체 말이 되느냐”, “청문회 나오지 않겠다면 당장 장관직을 사임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박상진 사장에 대해서도 위원들은 “삼성전자 사장이 삼성서울병원 진단서를 갖고 왔다, 이는 셀프 진단서”라고 날을 세우며 “가까운 시한 내에 삼성 본사를 찾아가서 현장 청문회를 실시할 것을 제안한다”고 주장했다.
정송주·정매주 자매의 불출석에 대해서도 위원들은 “하루 전만 해도 나오겠다고 하던 증인들이 갑자기 못 나오겠다고 했다”면서 “두사람의 불출석 사유서에 쓴 사인 모양이 똑같다, 배후세력이 있는 것이 아닌가”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날 청문회에는 증인·참고인 총 24명 중 무려 21명이 출석하지 않았다. 특히 안봉근·이재만 전 비서관은 여전히 행방이 묘연해 출석요구서 수령 조차 되지 않은 상황이다. 김한수 전 행정관, 윤전추 행정관 등 전현직 청와대 관계자도 연락이 두절됐다.
위원들은 “텅 빈 증인석을 보니 참담하고 자괴감이 든다, 이대로 국조특위를 끝낼 수 없다”며 “국조를 한 달 더 연장해 국회와 특검이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강신우PD see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