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우리 사회, 이젠 영유아까지 사교육 시장으로 내모나

사교육 열풍이 영유아로까지 번졌다. 9일 육아정책연구소의 ‘영유아의 사교육 노출, 이대로 괜찮은가’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만 5세 아동 10명 중 8명, 만 2세 아동 10명 중 3명 이상이 사교육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5세의 경우 주당 사교육 횟수는 5.2회, 1회당 교육시간은 50.1분이었고 2세 아동의 주당 사교육 횟수는 2.6회, 1회당 교육시간은 47.6분이었다. 일부는 하루 일과의 4분의1을 사교육으로 보내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말문만 트이면 사교육을 시작한다는 말이 결코 농담이 아닌 것이다.


영유아의 사교육 종류도 초등학생을 방불케 할 정도다. 한글·논술 등 국어뿐 아니라 수학, 영어, 과학·창의 등 다양한 선행교육이 이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니 경기침체와 공교육 확대 등으로 일반학원 및 교습소가 줄어드는 상황에서도 영유아학원은 오히려 기형적으로 증가하며 호황을 누리는 것이다. 영유아에 대한 사교육이 지나치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그래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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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심각한 것은 사교육 학습시간마저 너무 길어 오히려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점이다. 영어학원 등 반일제 이상의 학원에 다니는 5세 아동의 경우 사교육을 받는 시간이 무려 6시간15분에 달했다. 아무리 조기교육이 두뇌 발달에 좋다고 해도 초등학생조차 소화하기 힘든 일정이다. 이런 무리한 교육이 영유아에게 도움이 되기는커녕 공격성 등 문제행동을 유발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그런데도 부모들 상당수가 지금의 사교육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니 여간 우려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경기침체에 아랑곳없이 영유아 사교육이 극성을 부리는 이유다. 이를 개선하려면 무엇보다 부모 욕심에 아이들의 행복을 빼앗는 것은 아닌지 반성할 필요가 있다. 국공립 유치원 증설 등 영유아 공교육도 시급히 개선돼야 한다. 벌기는 힘든데 사교육비가 늘어만 가니 아이 낳기가 두려워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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