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의 핵심 증인인 최순실(사진)씨가 헌법재판소 3차 변론기일에 불출석한다. 2차 변론기일에서 4명의 증인 중 3명이 나오지 않아 공전했던 탄핵심판 일정이 또다시 증인의 비협조로 제동이 걸릴 처지에 놓였다.
최씨는 9일 서울구치소에서 팩스를 통해 자필의 불출석 사유서를 헌재로 제출했다. 최씨가 밝힌 불출석 사유는 두 가지로 우선 형사소송법 148조를 들어 본인과 본인의 가족이 수사와 형사 재판을 받고 있는 중이라는 점과 오는 12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자신의 2차 공판이 예정돼 있어 재판 준비를 해야 한다는 이유다. 형사소송법 148조는 친족 등이 형사소추를 당하거나 유죄 판결을 받을 사실이 나올 염려가 있는 증언을 거부할 수 있다는 규정이다. 재판부는 10일 3차 변론기일에서 최씨의 출석 상황을 확인한 뒤 강제 구인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최씨는 이날 오전 특검의 소환 통보에는 “탄핵심판 출석과 재판 준비 관계로 조사에 응할 수 없다”는 취지의 이유를 들어 불응했다. 헌재 증인 출석을 이유로 특검의 조사를 거부했지만 정작 헌재에는 불출석 사유서를 낸 셈이다.
헌재는 애초 탄핵 3차 기일에서 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오전10시),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오후2시), 최씨(오후4시) 순으로 심문을 진행할 예정이었다. 소추위원 측은 검찰 수사에서 비교적 혐의 내용을 인정했던 정 전 비서관과 안 전 수석의 발언을 기반으로 최씨를 압박한다는 구상 아래 증인 심문을 준비하고 있었지만 최씨의 불출석으로 3차 변론기일은 상당 부분 공전하게 됐다.
앞서 지난 5일 열린 2차 변론기일에서는 채택된 4명의 증인 가운데 윤전추 행정관을 제외한 이영선·안봉근·이재만이 불출석하면서 심리 진행에 차질을 빚었다. 헌재는 이 중 잠적한 안봉근·이재만은 경찰에 소재 탐지를 요청했다. 경찰은 12일까지 이들을 찾은 후 결과를 헌재에 통지하게 된다. 만약 12일까지 소재 파악이 되지 않을 경우 재판부는 양측 당사자에게 이들을 증인으로 계속 유지하고 싶은지를 확인한 뒤 증인신청을 철회하면 이들의 진술이 담긴 검찰 수사 기록을 증거로 채택하는 방안 등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탄핵심판에서 준용할 수 있는 형사소송법은 증인이 소재불명 등으로 진술할 수 없을 때 검사가 작성한 진술 조사를 증거로 쓸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대법원은 이와 관련, “소환장이 주소불명 등으로 송달 불능이 돼 소재탐지촉탁까지 해 소재 수사를 했음에도 그 소재를 확인할 수 없는 경우 ‘소재 불명 및 그 밖에 이에 준하는 사유로 진술할 수 없는 때’에 해당한다”는 판례를 선고한 적이 있다.
이와 함께 박 대통령 측은 이날 헌재 재판부에 61개 기관을 대상으로 한 사실조회를 신청했다. 박 대통령이 기업을 상대로 대가성 재단 출연 기금을 요구했는지, 세무조사를 빌미로 겁박했는지 검찰 수사와는 별개로 해당 기관에 따로 물어보자는 취지다. 결국 박 대통령 측에 불리한 검찰 수사 자료 대신 탄핵심리 자체 조사를 증거로 삼자는 의도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