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9일 그동안 부인으로 일관하던 ‘문화계 블랙리스트’ 존재를 시인했다. 조 장관은 이날 오후 최순실 국정농단 관련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앞서 오전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지만 국조특위에서 동행명령장을 발부해 오후에 청문회장에 모습을 나타냈다.
이 자리에서 조 장관은 “문화계 블랙리스트의 존재가 맞는가 맞지 않는가”라는 이용주 국민의당 의원의 질문에 “예술인들의 지원을 배제하는 그런 명단은 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답했다. 조 의원은 이 의원의 질문에 처음엔 답을 돌려 얘기했지만 18번에 걸쳐 반복적으로 같은 질문이 나오자 결국 이같이 답했다.
앞서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조윤선 장관이 지금까지 국정감사를 비롯해 37차례 위증했다”고 주장할 만큼 그동안 조 장관은 문화계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해 전면 부인해왔다. 그러나 조 장관은 다른 질문에 대해서는 “이미 위증으로 고발된 상태여서 답변드릴 수 없는 입장” 혹은 “아직 특별검사팀에서 블랙리스트 작성과 집필에 관해 수사가 종결되지 않아 이 자리에서 전모를 소상히 밝힐 수 없다”며 말을 아꼈다.
조 장관은 본격적인 증언 시작 전, 따로 준비한 입장문에서도 “정치나 이념적인 이유만으로 국가의 지원이 배제된 예술인들께서 얼마나 큰 고통과 상처를 받았을지 이해할 수 있고 주무부처 장관으로서 다시 한 번 깊이 사죄 말씀을 드린다”고 고개를 숙이면서도 “수사가 종결되지 않아 전모에 대해 소상히 밝힐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에 대해 국민의당 의원은 “일국의 장관이 저렇게 후안무치한 발언을 할 수 있는지 자질이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이날 청문회에서는 국정농단의 핵심 당사자인 최순실씨가 윤전추 청와대 행정관에게 보낸 크리스마스 카드가 공개됐다. 장제원 바른정당 의원이 공개한 카드내용에 따르면 최씨는 “전추씨! 메리 크리스마스 성탄절 보내시고, 새해에는 꼭 시집가세요, 최순실”이라고 적혀 있다. 윤씨는 지금까지 “최씨를 모른다”고 주장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