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사드 때문에 조종사 이직에도 불똥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결정과 관련해 중국이 잇단 보복 조치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불똥이 항공업계로 튀었다. 중국 항공사로 이미 옮겼거나 이직을 준비하고 있는 국내 조종사들이 주력 기종의 운항에서 배제되거나 이직 협상이 중단돼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된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중국 항공사 입장에서는 숙련된 조종사가 필요한 상황이지만 정부 차원에서 제동을 걸면서 최근 들어 활발했던 한국 조종사의 이직 움직임은 당분간 잦아들 것으로 예상된다.


9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중국 항공사로 이직했던 한국 조종사들이 주요 장거리 노선에서 배제되고 최근 들어 진행되고 있던 이직 협상도 중단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항공사 조종사는 “중국 항공사로 옮긴 기장들이 최근 이유 없이 주요 기종의 운항에서 배제돼 동남아나 국내선 등에 배치되거나 아예 조종간을 잡지 못하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들었다”면서 “중국 정부의 사드 보복 조치가 본격화된 지난해 말부터 이 같은 움직임이 나타나 연장선으로 이해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항공업계에서는 수억원대의 고액 연봉을 제시하며 데려간 조종사를 한직으로 배치하는 행태에 대해 이해하기 힘들다는 반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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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항공사들은 공격적으로 노선을 확대하면서 부족한 조종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파격적인 조건으로 국내 인력을 영입해왔다. 중국에서 인지도가 낮은 항공사도 부기장 경력 채용에 2만5,000달러를 제시할 정도다. 이 때문에 최근 몇 년 새 중국으로 옮긴 국내 조종사는 100여명에 달한다. 대한항공은 지난 2014년 9명이던 중국 이직 조종사가 2015년에 46명으로 늘었고 지난해도 48명이 옮긴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나항공은 2014년 4명에서 2015년 11명으로 늘었고 지난해는 10명 안팎인 것으로 파악됐다.

한 항공사 노조 관계자는 “중국 입장으로서는 숙련된 조종사를 빼내가서 한국 항공업계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것이 최대의 보복일 것”이라면서도 “거액을 주고 데려간 조종사에 불이익을 준다는 것은 그만큼 사드 배치에 대해 중국 정부가 격앙돼 있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중국 정부의 사드 보복이 항공업계까지 미치면서 국내 조종사들의 이직 러시도 당분간 휴지기를 가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도 이직을 고려하는 조종사들이 적지 않지만 사드 문제로 양국 간 갈등이 고조되면서 협상 테이블이 순탄하지 않기 때문이다. 국적 항공사의 한 조종사는 “중국 항공사로부터 제안을 받고 이직 협상을 진행하던 중 갑자기 협상 중단 통보를 받았다”면서 “(그쪽에서) 협상 중단 이유를 밝히지 않지만 사드 문제 때문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중국 정부의 사드 보복으로 국내 조종사 인력 유출이 다소 진정되는 양상이지만 안심할 단계는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처우 개선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중국 항공사의 ‘조종사 쇼핑’이 언제든지 재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의 경우 이직 조종사는 2015년 121명, 지난해 110여명 등 매년 100명이 넘고 아시아나항공은 같은 기간 11명에서 19명으로 증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사드 문제로 중국 항공사 이직이 당분간 줄더라도 일시적일 것”이라면서 “중국이 아니더라도 중동 등 행선지는 많다”고 말했다.

성행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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