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 명절인 춘제(春節)를 맞아 태평양 노선 물동량이 크게 증가하는 ‘반짝 성수기’를 앞두고 아시아~미주 노선의 운임이 급등했다. 한진해운의 문을 닫은 우리로서는 갈수록 가슴 아픈 일들이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10일 상하이해운거래소에 따르면 아시아~미주 서안(West Coast) 노선의 1FEU(1FEU는 40피트 컨테이너 1개)당 운임은 2,082달러로 지난달 23일 기록했던 1,541달러보다 무려 35.1% 급등했다. 미주 동안의 경우에도 1FEU당 운임이 6일 기준 3,133달러로, 같은 기간 약 20% 올랐다. 지난달 23일 미주 동안 노선의 운임은 1FEU당 2,613달러였다.
이 영향으로 대표적인 컨테이너 운임 종합 지수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달 23일 824포인트에서 그달 말 952포인트, 이달 6일 968포인트로 수직 상승했다. 급등한 미주 서안 노선의 경우 SCFI를 산출하는 데 차지하는 비중이 유럽 노선과 함께 20%에 이르기 때문에 미주 서안 노선 운임은 SCFI 움직임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해상 운임이 이처럼 급등한 것은 기본적으로 매달 초 컨테이너 선사가 화주(貨主)를 대상으로 운임을 인상해보려는 시도가 반영된 측면이 있다. 여기에 올해 1월에는 운임 인상 시기에 춘제 특수까지 반영되면서 일반적으로 매달 초 운임이 오르는 것 이상으로 운임이 뛰었다.
춘제 기간에는 중국 공장들이 대부분 가동되지 않기 때문에 ‘세계의 공장’인 중국에서 생산된 제품의 재고 물량을 미리 미국 서부와 동부 항만에 쌓아두려는 수요가 급증한다. 공급(선복량)이 제한된 상황에서 수요가 일시적으로 증가해 운임이 상승하는 구조다.
국내 해운업계는 올해 춘제 효과를 여느 해와는 다른 기분으로 예의 주시하고 있다. 한진해운 사태 이후 국내 선사들의 주력 노선인 미주 노선의 운임 회복 움직임이 나타나는 상황에서 춘제 효과가 올려놓은 운임이 다시 내려앉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선사들의 운임 인상 시도와 춘제 효과가 나타난 후에는 운임이 상승분 일부를 내주는 게 일반적인 모습이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한진 사태 이후로 운임이 예전보다는 나아지는 분위기”라면서 “춘제 효과로 오른 운임이 얼마 동안이나 유지될지 여부는 1~2주일가량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