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설 연휴 직전까지 의전과 경호를 최소화한 채 민생 행보에 집중한다. 정치 일정을 배제해 기존 정치권과 거리두기에 나서는 동시에 취약계층·청년층 등과의 만남을 통해 국내 현안에 취약하다는 단점을 보완할 계획이다.
반 전 총장은 11일(미국 현지시간) 뉴욕공항을 출발해 10년 만에 귀국길에 올랐다. 12일 오후 5시 30분 인천공항을 도착해 언론 브리핑을 하는 것으로 본격적인 국내 일정이 시작된다.
이 자리에서 반 전 총장은 ‘국민화합’과 ‘국가통합’을 강조할 예정이다.
특히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23만 달러를 수수했다는 의혹에 대해선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힐 계획이다.
이도운 대변인은 이날 오전 마포에 위치한 캠프 사무실에서 기자 간담회를 통해 “박연차 관련 의혹은 이미 밝혔지만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반 전 총장이 오시면 육성으로 분명하게 밝힐 것”이라고 밝혔다. 캠프측에선 보도에 대해서도 언론중재위원회 결과에 따라 추가 법적 조치까지 검토하는 등 강력하게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의혹이 부풀려지기 전에 사전에 차단하고 국내 일정을 시작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으로 보인다.
단호한 의혹 차단과는 달리 설 연휴 전까지의 행보는 최대한 몸을 낮추기로 했다.
당장 인천공항으로 입국할 때 일반 승객들과 똑같이 짐을 찾아 입국장으로 나갈 계획이다. 공항 철도를 타고 서울 사당동 자택으로 이동하는 방안도 논의됐지만 여행객 등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돼 승용차를 이용하기로 했다.
이 대변인은 “가급적 의전을 줄여 간소, 단출하게 할 것”이라며 “지방에 가더라도 놀랄 정도로 단출하게 다니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귀국 이튿날인 13일엔 국립현충원에서 이승만·박정희·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참배한다.
14일엔 고향인 충북 음성과 학창시절을 보낸 충주를 잇달아 방문한다. ‘음성 꽃동네’도 찾을 예정이다.
이밖에 전남 진도 팽목항과 경남 김해 봉하마을 방문 일정도 조율하고 있다.
이 대변인은 “설까지는 정치적인 이벤트나 정국에 영향을 받지 않고 민생 행보를 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반 전 총장의 동생 반기상씨와 조카 반주현씨가 뉴욕 현지 법원에서 뇌물 혐의로 기소된 것에 대해 이 대변인은 “총장님도 보도를 보고 알게 됐고 굉장히 놀랐을 것이다. 전혀 아는 바가 없었다”고 전했다. 이어서 “현지 수사 중이니 적절한 결과가 나오면 추후 절차가 이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권경원기자. 뉴욕=손 철특파원 nahere@sedaily.com
◇반기문 귀국 후 일정
12일 17:30 입국 후 언론 브리핑 → 승용차로 사당동 자택 이동
13일 국립현충원 참배 →11:00 사당동 주민센터 → 실무준비팀 상견례 → 가족 저녁식사
14일 충북 음성·충주 방문 → 가족 저녁식사
15일 실무준비팀 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