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미국 디트로이트모터쇼에서는 초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가 줄줄이 선을 보였다. 대형 SUV보다 차체와 엔진 성능을 더욱 크게 키운 모델들이다. SUV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다양한 모델을 원하는 수요가 반영됐다. 부활한 미국 자동차 시장도 한 이유다. 국내 업체 중에서는 기아자동차가 대형 SUV인 모하비를 유지하고 앞서 공개한 텔루라이드를 초대형 SUV로 추가한다.
◇디트로이트는 초대형 SUV의 향연=디트로이트모터쇼에서 첫 프레스 콘퍼런스를 연 제너럴모트스(GM)는 쉐보레의 초대형 SUV 신형 ‘트래버스’를 주력 제품으로 공개했다. 8명까지 탈 수 있는 차로 동급 최대 3열 공간과 화물적재력(2,789ℓ)을 갖췄다. 서라운드 비전 시스템과 전방 보행자 감지제동 시스템 등을 갖췄다. 3.6ℓ V6 엔진은 305마력의 힘을 낸다. 4G 롱텀에볼루션(LTE)의 무선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고 USB 충전, 애플 카플레이 등도 가능하다.
링컨은 초대형 럭셔리 SUV ‘내비게이터’ 콘셉트카를 전시했다. 3.5ℓ 트윈터보 V6 엔진은 최대 400마력의 힘을 낸다. 뒷문은 스포츠카에서나 볼 수 있는 걸윙도어(차문이 위로 열리는 것)를 채택했다. 2열에도 좌석을 2개만 만들고 좌석과 좌석 사이에는 테이블을 둬 장거리 여행을 편안하게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차량 트렁크에는 각종 옷이나 지갑·구두 등을 수납할 수 있도록 했다. 단순히 장거리 여행용이 아니라 움직이는 럭셔리 하우스 같은 느낌이었다.
폭스바겐은 초대형 SUV ‘아틀라스’의 고성능 버전 R-라인을 전시했다. 폭스바겐의 대형 SUV 투아렉과 디자인은 유사하지만 크기는 더 크다. 차 길이가 5,037㎜로 대형차 제네시스EQ900보다 한 뼘 정도 작다. 폭은 1,979㎜로 EQ900보다 더 크다. 국내에는 출시되지 않고 미국과 중국에서만 판매하는 차다. 3.6ℓ VR6 엔진은 최고 283마력을 낸다. 20인치 바퀴까지 달려 강력한 성능을 확인할 수 있다.
아우디의 Q8 콘셉트카도 빼놓을 수 없다. 기존의 대형 SUV였던 Q7보다 한 급 위의 차다. SUV지만 쿠페 디자인을 적용해 트렁크 부분이 뾰족하게 나왔고 전면에는 대형 가로 그릴을 적용해 디자인을 강조했다. 디자인의 완벽성을 위해 문을 열 때 손잡이 대신 유리창에 있는 아우디 로고를 터치하면 된다. 실내공간 역시 럭셔리함은 물론 좌석마다 공간 분리와 독립성을 특히 강조했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로 최고 442마력을 낸다. 내년 양산형 모델이 나올 예정이다.
◇국내도 대형 SUV 줄줄이 출격=미국뿐 아니라 국내 시장에서도 대형 SUV 신차 출시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레인지로버와 볼보 XC90의 성공을 목격한 브랜드들은 관련 시장 선점에 나섰다. 국내 업체 중에서는 기아차가 기존 대형 SUV인 모하비를 유지하고 앞서 공개한 콘셉트카인 텔루라이드를 초대형 SUV 라인업으로 추가한다. 그동안은 모하비가 텔루라이드로 바뀔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기아차는 모하비가 국내 SUV 중 유일하게 ‘풀 프레임 보디’를 쓰는 점, 정의선 부회장의 차로 알려져 브랜드 이미지가 우수한 점 등에서 유지를 결정했다. 모하비는 지난해 총 1만5,059대가 판매됐다. 1년 전보다는 73.6% 늘어 기아 RV 모델 중 증가율이 가장 높았다. 수입차 시장에서는 GM의 프리미엄 브랜드 캐딜락이 에스컬레이드를 5월께 출시할 계획이다. 초대형 SUV의 바이블과 같은 모델로 럭셔리 SUV의 기준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된다. 소형 SUV에 이어 대형 SUV까지 SUV 라인업 확장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최근 들어 국제유가가 다시 상승세로 접어드는 등 대형차에 대한 수요가 받쳐줄지가 관건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차별화를 원하는 고객들을 중심으로 대형 SUV를 선호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앞으로 유가 흐름에 따라 친환경차냐 대형 SUV냐가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디트로이트=강도원기자 theon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