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0년간의 총장직을 마무리하고 12일 오후 귀국했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2강(强)’ 구도를 형성하는 유력 대선주자의 등장으로 본격적인 대선 레이스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반 전 총장도 이를 의식한 듯 귀국 후 첫 일성으로 “정권교체가 아니라 정치교체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 전 총장은 이날 오후5시20분께 부인 유순택 여사와 함께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그는 미리 준비해온 귀국 메시지에서 “유감스럽게도, 안타깝게도 정치권은 오직 자신들의 이해관계만 따진다”며 “정권교체가 아니라 정치교체가 돼야 한다”고 밝혔다.
또 “많은 분들이 제게 권력의지가 있느냐고 물었다”며 “권력의지가 나라를 하나로 묶어 세계 일류국가로 만들 의지라면 저는 제 한 몸을 불사를 각오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겸허한 마음으로 제가 사심 없는 결정을 할 것이다. 그 결정은 오래 걸리지 않는다”며 조만간 대선 출마를 선언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반 전 총장은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에게 23만달러를 수수했다는 의혹에 대해 단호하게 아니라는 입장을 나타냈다.
그는 “박연차씨가 저한테 금품을 전달했다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고 왜 제 이름이 거기에 등장했는지 알 수 없다”며 “50여년간 대한민국에서, 유엔에서 국가와 민족, 세계 인류를 위해 공직자로 일하는 가운데 양심에 부끄러움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전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대선 출마 자격이 제한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유권적 답변은 유엔 당국에서 할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하지만 곧 “공직선거법에 보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출마) 자격이 된다고 답변을 받았다”며 “자꾸 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의도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한편 반 전 총장은 귀국 메시지를 발표한 뒤 공항철도를 타고 서울역으로 이동했다. 서울역에서는 대합실 등에 모인 시민들과 인사를 나눈 뒤 승용차로 동작구 사당동 자택까지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