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30일 업로드된 12세 소녀의 자살 생중계 영상이 2주 동안 인터넷에 떠돌자 페이스북의 모호한 게시물 규제 방식에 대한 비판이 일고 있다.
12일(현지시간) 미국 온라인 매체 쿼츠(Quarts)에 따르면 생중계 직후 게시물은 가족에 의해 삭제됐지만 이날 오후까지도 페이스북에서 해당 영상을 찾아볼 수 있었다.
페이스북 측은 ‘자해 및 자살의 조장’ 게시물에 관한 가이드라인에 따라 영상을 삭제했다고 밝혔지만 실제 조장을 제외한 ‘자해 및 자살’ 자체에 대한 노출은 따로 규제하고 있지 않아 논란이 되고 있다.
논란의 중심이 된 영상은 조지아 주 포크카운티 시더타운의 자택 앞마당에서 스스로 목을 매는 소녀 케이틀린 니콜 데이비스의 모습을 담고 있다. 이 소녀는 가족 중 한 명에게 성적 학대를 당해왔다며 스스로 목숨을 끊는 과정을 생중계 했다.
영상은 데이비스가 죽고 난 후의 모습까지 생생하게 담고 있어 사람들은 충격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특히 영상의 마지막 15분에서 데이비스는 온몸에 힘이 빠진 채 축 쳐져 있다. 이 모습을 배경으로 그의 휴대폰 벨 소리가 울리는가 하면 사람들이 멀리서 그의 이름을 부르는 등 현장 사운드까지 담겼다.
이에 포크카운티 경찰서는 여러 웹사이트의 운영진에 연락해 영상 삭제를 요청했으나 법적으로 제재할 수단이 없어 영상 확산 차단에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소셜네트워크(SNS)의 경우 개인의 콘텐츠를 마음대로 삭제할 수 없도록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절차는 더욱 복잡하다.
뿐만 아니라 SNS는 특별한 규제 없이 일관성 없는 가이드라인을 이용하고 있다고 쿼츠는 보도했다. 실제 페이스북의 타임라인을 살펴보면 게시물에 대해 매우 모호한 규제를 채택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난 2014년 페이스북은 ‘자신이 직접 올린 자해 게시물’은 규제 대상이 아니라며 한 미국 해군의 자해 사진을 삭제해달라는 가족들의 요청을 거부했다. 또한 페이스북의 자동 검열 알고리즘은 지난해 베트남 전쟁의 상징이 된 ‘네이팜 소녀’의 사진을 차단해 비난을 받은 바 있다.
리하이대학 교수 제레미 리타우는 페이스북의 미흡한 ‘자살 예방조치’에 대해 “SNS는 사용자 보호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면서 페이스북은 “공공성에 대한 논의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독일에서는 지난달부터 페이스북 등 SNS가 이 같은 혐오 게시물을 방치할 경우 법적 책임을 지우게 하는 방안을 검토 중에 있다.
/최재서인턴기자 wotj721@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