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국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바른정당·국민의당 등 제3지대 그룹과 연대를 모색하자 이를 차단하기 위한 야권 주자들의 공세가 시작됐다. 반 전 총장의 집권을 친박 정권연장이라는 프레임으로 설정하고 반 전 총장에게 연대의 손을 내민 바른정당·국민의당의 운신 폭도 좁히겠다는 전략이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3일 기자들과 만나 반 전 총장이 언급한 정치교체 발언에 대해 “정치교체는 정권교체로만 가능하다”며 “정권교체를 말하지 않고 정치교체를 말하는 것은 그냥 박근혜 정권을 연장하겠다는 말로 들린다”고 말했다. 사실상 반 전 총장이 집권을 하게 되면 이명박·박근혜·반기문으로 이어지는 정권 연장에 해당 된다는 것이다.
문 전 대표 외에도 이재명 성남시장, 박원순 서울시장 등도 반 전 총장을 새누리당의 정체성과 동일시하려는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반 전 총장이 한일 위안부 협의를 주도한 박근혜 대통령 등 새누리당 정권의 노력을 높이 평가했던 발언을 재차 상기시키면서다. 이 시장은 이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한일 위안부 합의를 환영하는 공식 성명을 냈던 반 전 총장에게 “공약 안 지키는 정치인, 말 바꾸는 정치인은 정치에서 퇴출시켜야 한다”고 반 전 총장을 겨냥했다. 박 시장도 반 전 총장의 위안부 합의 관련 발언을 꼬집으며 “한일 위안부합의에 대해 ‘올바른 용단을 내린 데 대해 역사가 높이 평가할 것’이라고 말한 것은 물론 아베 일본 총리도 칭찬한 역사의식이 여전한지 먼저 국민 앞에 이야기해야 한다”고 파고들었다.
반 전 총장과 연대의 가능성을 열어 놓은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 민주당 내 비주류 의원 등은 반 전 총장에 대한 신중한 평가를 내리고 있다. 안 전 대표는 이날 반 전 총장에 대한 발언을 하지 않았고 유 의원은 “반 전 총장의 귀국 후 발언은 누구나 동의할 수 있는 얘기다. 보수층에서는 동의할 수 있는 얘기”라며 “그분이 갖고 계신 비전이나 정책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들어보고 평가를 하겠다”고 평가했다. 민주당 내 비주류인 김종인 의원은 반 전 총장과 만남을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