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대기업들 사면청탁 정황 드러나

안종범 전 수석 휴대폰에

SK "은혜 잊지 않을 것"

LG "선처 부탁" 문자

檢 뇌물죄 적용 가능성





‘청와대 관심 사항’이라는 말에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을 거절하지 못했다던 대기업들의 주장을 뒤엎는 증거들이 법정에서 공개됐다. 출연금을 내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을 것 같아 어쩔 수 없이 돈을 냈다는 기존 주장과 달리 SK에 이어 LG도 ‘총수 사면’ 등 이권을 청탁한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이에 따라 기업들에 대한 뇌물죄 적용 가능성도 한층 더 높아지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2부(김세윤 부장판사) 심리로 13일 열린 최순실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3차 공판에서 검찰은 수사기록 등 대기업들과 재단 관련 증거들을 속속 공개했다. 증거들 가운데 이날 눈길을 끈 것은 검찰이 안 전 수석 자택에서 압수한 휴대폰의 문자메시지였다.

지난 2016년 7월26일 하현희 LG 사장이 안 전 수석에게 보낸 메시지에는 “구본상 LIG건설 부회장이 4년형을 받고 95% 이상 복역을 마친 상태입니다”라며 “상당 기간 복역했고 피해자 보상도 했고 사회공헌도 했습니다. 깊이 반성하고 있어 탄원서를 넣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으니 다시 한번 검토해보시고 선처를 부탁드립니다”라고 기재돼 있었다.


당시 구 전 부회장은 사기성 기업어음(CP) 발행 혐의로 수감 중이었다. LG그룹은 미르·K스포츠재단에 78억원을 출연했지만 구 전 부회장에 대한 사면청탁은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구 전 부회장은 지난해 10월29일 만기 출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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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김창근 SK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이 안 전 수석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도 공개했다. 2015년 8월13일 보낸 문자에는 “하늘 같은 이 은혜 영원히 잊지 않고 산업보국에 앞장서 경제살리기를 주도할 것입니다. 최태원 회장과 SK 식구들을 대신해 감사 말씀 드리고 개인적으로도 잊지 않겠습니다”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광복절 특사 발표 직전 보낸 메시지로 최 회장은 다음날 광복절 특사로 출소했다. 당시 광복절 특사로 사면된 대기업 총수는 최 회장뿐이었다.

김 의장은 이후에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이 은혜 잊지 않겠습니다”라는 문자를 보내기도 했다.

검찰은 “재단 설립 즈음에 기업들이 사면 관련 동향을 파악한 정황이 드러났다”며 “안 전 수석이 기업들로부터 이권 청탁을 받았다는 정황을 확인할 수 있는 증거”라고 지적했다.

이날 오전에 열린 차은택씨 등 2차 공판에서는 ‘최순실 국정농단’ 재판으로는 처음으로 증인신문이 이뤄졌다. 증인으로 나온 컴투게더 직원인 주모씨는 “포레카를 인수한 컴투게더 대표 한모씨가 녹음파일이 담긴 USB를 건내며 만일 본인 신상에 무슨 일이 생기면 그때 쓰일지 모른다며 잘 보관하라고 했다”고 밝혔다. 해당 USB에는 송성각 전 한국콘텐츠진흥원장 등으로부터 지분 양도 협박을 받은 내용의 녹음파일이 담겨 있었다. 주씨는 “녹음을 들어보니 그들의 협박과 강요가 집요하고 심했다”며 “인수 이후에도 포스코로부터 연간 500억~600억원이나 되는 광고 물량이 뚝 끊기기도 했다”고 진술했다.

이날 검찰은 주씨가 작성한 ‘포레카 게이트 관계도’도 공개했다. 포레카 강탈 시도 과정에서 각자의 역할이 기재된 관계도 가장 위에는 VIP(대통령), 최순실이 있어 이들이 포레카 강탈을 주도한 실체임을 나타내기도 했다. /노현섭 박우인기자 hit8129@sedaily.com

노현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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