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증시 상장기업의 공시가 전년에 비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악재성 정보를 장 마감 후 내보내는 ‘올빼미 공시’도 함께 증가해 개미투자자를 울리는 ‘정보의 비대칭’ 문제를 해소하기에는 여전히 역부족이었다.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 시장에서 지난해 상장사 공시 건수는 전년에 비해 각각 0.5%, 13.5% 증가했다. 유가증권시장의 전체 공시 건수는 총 1만4,687건으로 전년 대비 73건 늘었다. 수시공시(주가에 영향을 주는 주요 경영사항에 대해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공시)는 전년 대비 0.8% 줄었으나 자율공시(의무공시항목 외 기업이 스스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항목 공시)는 19.5% 늘었다. 거래소는 지난해 5월부터 수시공시에 단계적 포괄주의를 도입했다. 상장기업이 사유가 발생하면 의무적으로 공시해야 하는 53개의 의무공시항목을 열거하고 기업이 판단해 주가나 투자자의 투자 판단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중요정보를 공시하도록 하는 제도다. 거래소 측은 “포괄공시 제도 도입 이후 사업구조재편 계획, M&A 추진 경과, 최종 계약체결 이전 수주 및 낙찰자 선정 등 연간 101건의 포괄공시가 제출됐다”고 밝혔다.
코스닥 상장사의 공시 건수는 1만8,485건으로 전년 대비 2,199건이 증가했다. 이 중 수시공시는 1만4,230건으로 전년 대비 18.5% 늘었고 포괄공시 도입으로 임상 진행경과 등의 공시가 94건 제출됐다.
기업 공시는 과거보다 늘었지만 지난해 국내 증시에는 불성실공시로 인한 투자자의 피해사례도 속출했다. 특히 지난해 한미약품은 하루 간격으로 호재 뒤 악재공시를 하면서 투자자들의 분노를 샀다. 실제로 대신경제연구소에 따르면 투자자들의 경계가 느슨한 틈에 중요 정보를 제공하는 ‘올빼미 공시’는 지난해 12월에만 공시는 모두 8,725건으로 이 중 59%가 장 마감 후(오후3시반 이후) 게재됐다. 요일별로도 주말 직전인 금요일 공시가 27.3%로 가장 많았다. 특히 계약해지·주식처분·재판 등 189건의 악재성 공시 중 장 마감 후 공시는 무려 81%에 달했다.
한정수 대신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장 마감 이후에는 투자자들의 집중력이 떨어져 관심도가 낮아지는 경향이 있다”며 “기업이 불리한 공시를 할 때는 시간을 의도적으로 늦추는 행태가 나타나는 만큼 시점에 대한 기준을 좀 더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