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45대 대통령 취임식을 6일 앞둔 1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의 메트폴리탄 AME 교회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반이민·인종차별적 정책에 반대하는 인사들이 집결했다. 크리스 밴 홀렌 민주당 상원의원(메릴랜드)은 “트럼프가 자유의 여신상을 파묻도록 놓아두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흑인 민권운동가 알 샤프턴 목사가 이끈 거리행진에서 참가자들은 “정의 없이 평화 없다” “우리는 미국에 살기 위해 왔다”는 구호를 외쳤다.
트럼프 취임 전 마지막 주말인 이날 워싱턴DC를 비롯해 시카고·로스앤젤레스·피닉스 등 50개 도시에서 반(反)트럼프 집회가 열렸다. 참가자 대다수는 이민자·흑인 등 소수자와 여성들이었다.
트럼프 시대를 앞두고 둘로 쪼개진 미국의 분열상은 트럼프의 대관식이 열리는 20일 극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 언론에 따르면 100만여명이 운집할 것으로 예상되는 트럼프 취임식에는 수십 개의 단체가 ‘트럼프 반대’ 시위를 벌일 예정이다. 미 경찰은 반트럼프 단체와 트럼프 지지자 간 충돌 가능성에 신경을 곤두세우며 질서유지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취임식 ‘보이콧’을 선언한 민주당 의원들도 늘어나고 있다. 폴리티코는 대통령 취임식 불참을 선언한 민주당 하원의원이 총 14명으로 전날보다 6명 증가했다고 전했다. 현재 불참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는 의원 수도 적지 않아 취임식이 ‘반쪽짜리’로 전락할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도 ‘반대자 껴안기’보다는 ‘맞불’을 놓으며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 그는 취임식 불참을 선언한 민주당 의원을 겨냥해 “지역구 문제나 신경 쓰라”고 비난했고 흑인 인권운동의 아이콘인 존 루이스 민주당 하원의원에게는 “말만 많고 행동은 안 한다”고 맞받아 여론을 뜨겁게 달궜다.
연예인들도 트럼프와 거리 두기 행보를 보이고 있다. 가수 제니퍼 홀리데이는 취임 축하공연을 철회했고 엘튼 존, 샬럿 처치, 데이비드 포스터, 셀린 디옹, 밴드 키스 등도 섭외를 거절했다. AP통신은 트럼프의 취임식은 A급 스타들이 대거 참석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취임식에 비해 초라할 것이라고 전했다. 오바마 취임식에는 비욘세, U2, 스티비 원더 등 대형 스타들이 총출동했었다.
미국의 분열상은 트럼프의 지지율에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갤럽에 따르면 지난 4~8일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지지율은 44%로 전달보다 4%포인트 떨어졌다. 대통령 당선인의 지지율이 50%를 밑도는 것은 이례적이다. 의회전문지 더힐은 트럼프 당선인이 역사상 가장 낮은 지지율로 임기를 시작하는 대통령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첫 임기 시작 당시 오바마 대통령의 지지율은 83%, 조지 W 부시는 61%, 빌 클린턴은 68%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