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장기 백수 13만명...'일자리 절벽' 저성장 앞에서는 백약이 무효

제조업경기 부진 여파, 대졸 실업자 비중은 50% 육박

3년간 일자리 예산 46조원 투입했지만 실효성 떨어져

경기 불황이 계속되면서 6개월 이상 장기실업자의 비율이 지난 2002년 이후 14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장기실업은 일시적 구직 단절 현상인 단기실업과 달리 실업자들이 구직을 시도하고 있지만 일자리를 찾지 못한다는 의미로 저성장의 골이 깊어지는 대표적인 신호다. 정부가 일자리 창출을 국정과제로 삼고 수년째 수십억원의 예산을 쏟아붓고 있지만 ‘백약이 무효’라는 지적이다.

15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6개월 이상 장기실업자는 13만3,000명으로 전체 실업자의 13.1%를 차지했다. 구직 기간이 6개월 이상 12개월 미만인 실업자는 12만4,000명, 전체 실업자의 12.3%를 차지했다. 구직 기간이 1년 이상인 실업자도 전체의 0.9%인 9,000명에 달했다.


6개월 이상 장기실업자 비율은 2008~2014년 6~9%대에 머물렀지만 2015년 10%로 두자릿수를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3%포인트나 급증했다. 최근 조선·해운업종 구조조정으로 실업자들이 대량 발생했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장기실업자의 비율은 더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통계청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 제조업 경기가 나빠 20~30대 중심으로 6개월 이상 직업을 구하지 못한 이들이 늘어난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실제 기존 실직자도 재취업이 어렵지만 대학 등을 졸업하고 사회로 쏟아져나온 신규 취업자의 구직난이 전체적인 실업률을 끌어올리고 있다. 경기 불황이 계속되면서 기존 인력도 줄이는 마당에 기업들이 신입을 뽑을 여력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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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대졸 학력을 지닌 실업자는 45만6,000명으로 전년 동기보다 3만1,000명 증가했다. 대졸 실업자 규모로는 2000년 관련 통계가 개편된 이래 가장 많은 것이다. 전체 실업자 중 대졸자가 차지하는 비중도 45.1%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대졸 실업자 비중은 2000년 23.5%에서 21.6%포인트 급증했다. 반면 같은 기간 초졸 이하 실업자 비중은 10.0%에서 4.9%로, 중졸은 14.9%에서 6.3%로, 고졸은 51.6%에서 43.8%로 하락했다.

사상 최악의 대졸 취업난이 계속되다 보니 구직 활동 자체를 미루고 취업준비에 매진하는 취업준비생도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비경제활동인구 중 취업준비생은 62만8,000명으로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03년 이래 가장 많았다. 비경제활동인구 대비 비중도 3.9%로 2010년(3.9%) 이후 최고치였다.

실업이 사회 문제로 부각되면서 정부는 일자리 창출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정부가 지난 3년간 투입한 일자리 예산은 43조원에 육박한다. 올해 예산까지 포함하면 60조원에 이른다. 특히 지난해에는 일자리에 초점을 맞춘 16조원 규모의 ‘일자리 예산’을 편성하고도 실업자가 역대 최대인 100만명까지 늘어나는 것을 잡지 못했다. 청년(15~29세) 실업률도 9.8%로 2015년 9.2%에 이어 2년 연속 최고치를 경신했다.

일자리 예산이 효과를 내지 못하는 것은 저성장 구조가 고착화하면서 정부 정책의 실효성도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조선·해운 등 주력 업종이 구조조정에 돌입하는 등 그동안 일자리의 상당 부분을 담당해온 제조업의 일자리마저 감소세로 돌아서면서 경제 전반의 고용창출력도 떨어지고 있다. 경제성장률 1%당 신규 일자리는 2014년 16만2,000명에서 2015년 13만명, 2016년 11만 5,000명 등으로 낮아졌다.

/세종=김정곤기자 mckids@sedaily.com

김정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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