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비선실세’ 최순실 씨가 설립한 페이퍼 컴퍼니인 더블루케이의 협력사인 외국업체에 3,000억원대의 평창동계올림픽 시설 공사를 맡기도록 지시하며 최씨가 이권을 챙기도록 뒤를 봐줬다는 진술이 특검 수사 과정에서 나왔다.
최씨 측은 이 협력사에 평창올림픽의 오버레이(임시 관중석 및 부속시설) 공사를 맡기려 했다. 해당 협력사는 체육시설 전문 건설회사인 스위스 누슬리로 더블루케이는 이 회사의 국내 독점 사업권을 보유하고 있었다. 누슬리가 평창올림픽의 주요 시설물 공사를 수주했다면 국내 사업권을 가진 최씨 측은 수수료 등을 통해 최소 수백억원대의 막대한 이익을 챙겼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박 대통령과 최씨가 ‘이익 공동체’라고 의심하고 있는 특검팀은 평창올림픽의 대형 공사를 최씨가 국내 사업권을 가진 특정 회사에 몰아주려 한 정황에 주목하고 있어 추후 박 대통령을 대면조사할 때 ‘일감 몰아주기’ 지시를 한 경위를 추궁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등 박근혜 정부의 고위 공직자들이 누슬리를 도우려 한 정황은 드러난 적이 있지만 박 대통령의 개입 정황이 수면 위로 올라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법조계 등에 따르면 특검팀은 이미 안 전 수석으로부터 박 대통령이 누슬리의 기술이 평창올림픽에 활용될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하라는 지시를 받았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안 전 수석의 진술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지난해 3월 6일 “세계적으로 유명한 누슬리라는 회사가 있는데 체육시설 조립·해체 기술을 갖고 있어 매우 유용하다”며 “평창올림픽 때 활용할 수 있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특검팀은 안 전 수석의 당일 업무 수첩에 “누슬리, 스포츠 시설 건축회사, 평창 모듈화”라는 문구가 적힌 것도 확인했다.
박 대통령의 지시를 받은 지 이틀 후인 지난해 3월 8일 안 전 수석은 중구 프라자호텔에서 열린 더블루케이와 누슬리의 업무협약 체결장에 참석했다. 누슬리의 한국 내 사업권을 더블루케이가 갖는다는 내용의 협약식에는 김종 전 차관도 참석했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당시 평창올림픽 개폐회식장 공사는 이미 대림산업이 토목 공사부터 경기장 스탠드 등 모든 공사를 모두 맡는 ‘턴키’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었다. 이에 특검팀은 박 대통령이 기존의 사업방식을 변경해 누슬리에 주요 공사를 맡기려 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특검팀은 박 대통령이 평창올림픽 공사 외에도 최씨의 이권 챙기기 사업이라고 지목받는 ‘5대 체육 거점 사업’에 누슬리가 참여할 수 있도록 지시한 사실도 확인했다. 안 전 수석은 박 대통령이 “5대 거점 사업에도 누슬리의 기술을 적용하면 비용이 적게 든다”며 “인천, 하남, 대전, 대구, 부산 5개 거점에 누슬리를 잘 활용하라”고 지시했다고 진술했다.
/홍주환인턴기자 thehon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