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 쉐보레가 9년 만에 완전변경된 준중형 세단 ‘올 뉴 크루즈’를 17일 공식 출시했다. 동급 최대 크기에 새로운 엔진과 변속기, 각종 옵션으로 준중형 시장 최강자인 현대차의 아반떼를 넘겠다는 각오다. 하지만 중형차에 육박하는 높은 가격으로 판매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국GM은 17일 서울 영등포 대선제분 공장에서 올 뉴 크루즈 출시 행사를 열고 본격 판매에 돌입했다. 신형 크루즈는 유럽의 오펠이 개발한 차세대 차체에 신형 1.4ℓ 가솔린 터보 엔진을 달아 최고 153마력의 힘을 낸다. 제로백이 7초 후반대 정도로 강력한 주행 성능이 특징이다. 3세대 6단 자동변속기를 물려 복합 연비 13.5㎞로 준수한 편이다. 차체는 기존보다 25㎜ 길어져 동급 최고 수준을 달성했고 실내공간 역시 15㎜ 커졌다. 차체가 커졌지만 무게는 기존보다 110㎏가량 줄이고 초고장력 강판을 차체 74.6%에 적용해 차체 강성을 총 27% 증가시켰다. 한국GM은 신형 크루즈가 기존 준중형 세단보다 반급 위인 ‘프리미엄’ 준중형이라며 각종 옵션도 빼곡히 채웠다. 차가 멈추면 시동이 꺼지고 출발하면 켜지는 스타트앤드스톱, 속도에 따라 움직임이 달라지는 전자식 운전대, 8인치 고해상도 풀 컬러 스크린 디스플레이, 무선 충전 시스템, 각종 전자식 안전 센서 등이 대표적이다.
문제는 가격이다. 좋은 차를 만들고도 너무 높게 가격을 설정해 상품성이 나빠졌다는 평가다. 신형 크루즈 가격은 1,890만~2,478만원이다. 여기에 옵션을 추가하면 최고 트림인 ‘LTZ 디럭스’는 2,848만원이다. 경쟁 차종인 현대차의 아반떼가 1,400만원대에서 최고 2,655만원인 것을 고려하면 최대 400만원이 더 비싸다. 한 급 위 중형차인 현대차의 쏘나타는 2,250만원부터 시작한다. 지난해 르노삼성이 ‘SM6’로 중형 프리미엄 시장을 개척했던 전략을 준중형 시장에도 가져오기 위해 지나치게 높은 가격을 설정했다는 비판이다. 한국GM이 지난해 신형 말리부와 카마로SS의 성공에 취해 가격에 지나친 자신감을 보인 것이란 지적까지 나온다.
한국GM에 있어 올 뉴 크루즈는 좀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지난해 말리부의 인기를 이어가 사실상 과점 체제인 국내 시장의 구조를 다변화해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또 한국GM의 한국 시장 철수설을 잠재워 줄 군산공장의 생산 물량이다. 올 뉴 크루즈가 많이 팔릴수록 군산공장 가동률은 높아진다.
제임스 김 한국GM 사장의 포부는 크다. 김 사장은 “올해는 (창사 이래 최고였던) 지난해 판매량을 넘어설 것”이라며 “올 뉴 크루즈도 현대차 아반떼를 넘어서겠다”고 밝혔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아반떼는 지난해 국내에서만 9만3,804대가 판매된 인기 차종”이라며 “현재 가격으로는 아반떼를 넘어서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