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서울시의 ‘주계약자 공동도급제’ 확대 시행 발표를 놓고 종합·전문 건설 업계의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건설 업계에서는 ‘종합건설사 수주, 전문건설사 하청’이라는 관행을 깨는 이번 발표로 지난 45년간 이어져온 ‘분리발주’ 논쟁이 다시 불거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건설산업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분리발주가 공사비용 증가와 일부 대형 전문건설사 수주 독식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부작용을 경고하고 나섰다.
◇서울시 주계약자 공동도급제 단계 시행=지난 2010년 도입된 주계약자 공동도급제는 2억~100억원 규모의 관급공사에 한해 종합·전문 건설사가 공동으로 입찰·계약에 참여하게 한 제도다. 종합건설사가 공사를 수주 후 전문건설사에 하청을 주는 형태가 보편적인 반면 주계약자 공동도급제는 입찰 때부터 컨소시엄을 구성해 발주처와 계약을 맺는 형태다.
그간 유명무실했던 이 제도를 전면으로 끌어올린 것은 서울시. 시는 지난달 28일 ‘건설업 혁신 3불 대책’을 발표하면서 주계약자 공동도급제를 단계적으로 확대해 2019년까지 100%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또 기존 법보다 범위를 넓혀 100억원 이상 공사에도 확대 시행할 수 있도록 행정자치부에 예규 개정을 건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한전문건설협회는 서울시의 이 같은 발표에 환영 의사를 비쳤다. 반면 대한건설협회는 반발하고 나섰다. 최근 협회장에 당선된 유주현 신한건설 대표는 공동도급제 전면 폐지를 위한 헌법소원까지 언급했을 정도다.
◇분리발주 갈등 재점화되나=주계약자 공동도급제 논란 이면에는 종합·전문건설 업체 간 ‘분리발주’라는 반세기 가까이 이어온 논쟁이 자리 잡고 있다. 1958년 제정된 건설업법은 복합 공종으로 이뤄진 종합건설업과 단일 공종의 전문공사를 시공하는 전문건설업으로 면허 체계를 구분하고 있다. 발주처가 한 곳의 종합건설사에 통합(일괄) 발주하면 각 공종별로 구분해 각각의 전문건설사에 하청을 주는 형태가 지속돼온 것이다.
이 가운데 1971년 정보통신공사, 1976년 전기공사에 대한 분리발주가 의무화됐고 2003년에는 건설폐기물 처리 용역도 추가됐다. 최근에는 소방설비공사·기계설비공사 업체들의 분리발주 요구도 거세지고 있다. 즉 주계약자 공동도급제 확대 시행은 결과적으로 발주자가 하나의 공사를 둘 이상의 업체에 나눠주는 ‘분리발주’의 시금석인 셈이다.
한편 건설산업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분리발주가 오히려 공사 비용과 기간을 증가시키고 일부 대형 전문건설사에만 혜택이 돌아갈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각 공정 간 유기적인 상호협력이 중요한 건설업 특성상 시설물 품질·안전 등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영준 건산연 연구위원은 “미국에서도 일부 주에서만 분리발주가 허용되고 영국·프랑스에도 의무화 규정은 없다”며 “일본 역시 권고사항일 뿐 대부분 선진국에서 통합발주가 원칙”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