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현대차 "美에 5년간 31억弗 투자"

트럼프 '美우선주의'에 화답

과거 5년보다 투자 50% 늘려

시장 커지면 신규공장도 검토



현대·기아자동차가 향후 5년간 미국에 과거 같은 기간보다 50% 이상 늘어난 31억달러 규모의 투자를 단행한다. 현대차는 또 시장 수요가 늘어날 경우 신규 공장을 건설하고 최근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의 생산이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생산에도 나선다.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의 수장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 요구에 현대·기아차도 다른 완성차 업체들처럼 응답에 나선 모습이다.

정진행 현대차 사장은 17일 “현대·기아차도 다른 자동차 업체들처럼 미국 시장에 투자계획을 갖고 있다”며 “향후 5년간 약 31억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대·기아차가 밝힌 31억달러의 투자 금액은 지난 5년간 미국 시장 투자금액인 21억달러보다도 10억달러 이상 많은 금액이다. 현대·기아차는 미국 시장에서 진행하고 있는 자율주행차와 친환경차 연구개발(R&D), 기존 생산 라인 개선, 생산과 판매 법인 등의 시설 및 환경 개선 등에 관련 금액을 집중할 방침이다.



현대차는 당장은 아니지만 미국에 신규 공장 건설도 검토하고 있다. 정 사장은 “향후 미국 등 북미 시장에서 자동차 수요가 늘어나면 신규 공장 건설도 가능하다”며 “수요가 많은 SUV나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를 생산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회사 측은 부인하고 있지만 이번 발표는 트럼프 당선인의 압박에 대한 답으로 분석된다. 트럼프 당선인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나프타)를 이용해 멕시코에서 차량을 만들어 미국에 파는 업체들에 3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며 으름장을 놓은 바 있다. 이에 부응해 미국 포드와 피아트크라이슬러(FCA), 일본 도요타와 혼다 등은 미국 디트로이트 모터쇼를 전후해 미국에 수조원대 투자를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 사장은 멕시코에 대한 추가 투자계획은 없으며 따라서 현대·기아차의 미국 내 일자리나 공장을 멕시코로 옮기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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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현대·기아차는 미국에서 총 142만2,603대를 판매했다. 1년 전(138만7,528대)보다는 2.5%가량 판매가 늘었다. 현대차 판매량은 77만대를 돌파했고 기아차는 64만대를 넘어섰다. 현대차는 7년 연속 미국 시장에서 판매가 증가하고 있다. 현대차는 미국 앨라배마에, 기아차는 조지아에 생산공장을 각각 보유하고 있다. 미국 시장은 SUV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현대차의 투싼은 전년 대비 41% 늘어난 8만9,713대가 팔렸다. 기아차의 스포티지(50.9%)나 카니발(20.4%)도 판매가 급증했다. 하지만 현대·기아차의 생산 라인은 주로 세단에 집중돼 있다. 여기에 현대차는 기아차 조지아 공장에서 싼타페를 10만대가량 위탁 생산하고 있지만 기아차는 이 물량을 줄이려 하고 있다. 수요가 늘어나는 SUV 물량을 맞추려면 공장 설비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다. 현대·기아차의 북미 첫 투자는 이 부분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친환경차와 자율주행차 부문에서도 적극 투자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비교적 규제가 자유로운 미국 시장의 환경을 적극 활용하기 위해서다. 현대·기아차는 2020년까지 총 14종 이상의 친환경차를 출시할 계획이다.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다. 특히 미래 자동차 시장의 패권을 좌지우지할 ‘초연결 지능형 자동차’ 개발은 글로벌 네트워크 장비 업체인 미국 시스코와 함께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현대·기아차의 신규 공장 건설도 검토되고 있다. 다만 현지 시장 수요와 대내외 환경 등이 변수로 작용할 수 있어 생산 규모 및 건설 지역, 설립 주체 등 자세한 사항은 추후 면밀한 검토를 통해 최종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만약 신규 공장이 들어선다면 현대차의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의 주요 차종이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현대·기아차가 해외에 신규 공장을 지으려면 노조와의 합의가 필요한 만큼 공장 건설은 가변적이다.

현대·기아차까지 나서면서 트럼프 당선인의 세금폭탄 위협이 통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살아남기 위해 트럼프 당선인의 요구에 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앞서 도요타는 5년간 향후 100억달러, FCA는 2020년까지 10억달러, 포드는 7억달러, 벤츠는 13억달러의 추가 투자를 밝힌 바 있다.

강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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