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야 할 일을 정확히 합니까’ ‘사회적 관습을 잘 따르는 편입니까’ ‘오랜 시간을 기다리는 일이 힘들다고 느낍니까.’
개인 간(P2P)금융 업체 어니스트펀드는 지난해 상반기 성균관대 심리학과 연구팀과 손잡고 다음과 같은 문항들로 이뤄진 심리테스트·신용평가모형을 개발했다. 기존 금융회사들이 나이와 성별·학력·소득 등 기본적인 정보에 대출 실적과 연체 정보 등을 바탕으로 개인신용도를 평가한다면 어니스트펀드는 그동안 활용하지 않았던 비금융 정보로 보다 정교한 평가에 나서는 것이 목표다. 100개 이하 문항으로 구성된 이 심리테스트는 6개월여의 개발기간을 거쳐 현재 실제 도입을 위한 검증작업에 있다.
국내 P2P 업체들이 행동패턴 분석,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정보 취합 등 다양한 비금융 빅데이터를 활용한 신용평가 시스템 개발에 나서고 있다. 행동패턴 분석을 통한 신용평가기법을 개발하고 있는 A업체의 한 관계자는 “‘대출하기’ 버튼을 클릭하는 순간 어떤 검색 경로를 통해서 접속했는지, 이용하는 휴대폰 기종은 무엇인지, 휴대폰의 마지막 버전 업그레이드는 언제였는지 등 정보가 접수된다”며 “고객의 스마트폰 이용 행태만 봐도 상환 의지, 성실도 등을 평가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주요 업체들의 영업기간이 1년 반 남짓이다 보니 충분한 데이터가 쌓이지 않았고 대출 실행 시 이와 같은 정보를 참고하는 수준이지만 점차 활용도를 높여가는 추세다.
로봇 기술을 활용한 상담 서비스인 ‘챗봇’을 국내 금융권 최초로 선보인 곳 역시 P2P금융이다. 8퍼센트가 지난해 말 공개한 챗봇 ‘에이다’는 채팅을 통해 금융 관련 상담을 받을 수 있는 인공지능 서비스다. ‘P2P 투자는 어떻게 하는 건가요’ 등의 질문을 입력하면 인공지능이 답변을 해주는 식이다. 현재 페이스북 대화 기능을 통해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으며 이르면 다음달 카카오톡·라인을 통해서도 이용할 수 있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자동분산 시스템도 P2P업권이 내세우는 대표적 정보기술(IT) 중 하나다. 고객이 원하는 투자 금액과 채권 만기 기간(3개월 만기, 6개월 만기 등)을 조건으로 입력하면 이에 따라 자동으로 자본금 분산·재투자가 이뤄진다. 예를 들면 100만원을 예치금으로 넣고 10만원 단위로 분산투자, 6개월 미만 만기 채권에 투자를 조건으로 설정하면 10개의 6개월 미만 만기 채권에 분산투자가 된다. 또 상환받은 원리금에서 10만원 단위로 재투자가 자동으로 이뤄진다.
핀테크를 기반으로 태동한 P2P금융은 금융 당국의 ‘사잇돌대출’과 국내 1호 인터넷은행인 ‘K뱅크’의 출범으로 국내 중금리 대출시장에서의 경쟁 격화가 예고되고 있지만 이를 경쟁이 아닌 상생의 기회로 판단하고 있다. 새로운 형태의 금융사들이 플랫폼과 상품 등에서 손을 잡으면 더욱 다양한 금융 서비스를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최근 K뱅크와 전략적 업무협약을 맺은 8퍼센트의 이효진 대표는 “인터넷은행이 정맥이라면 P2P 업체들은 정맥이 닿지 않는 작은 미세혈관 역할을 수행하는 식으로 공조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