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전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가 연일 “대선은 결국 문재인과 나의 대결이 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이는 배경에 정치권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귀국 직후 ‘광폭 대선 행보’를 보이고 있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을 후보에서 제외한 것이기 때문이다. 촛불을 들었던 국민이 새누리당 또는 바른정당 후보를 택하지 않을 것이라는 게 표면적 이유지만 이면에는 후보 검증 과정 등을 거치며 반 전 총장의 지지율이 떨어질 것이라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안 전 대표는 지난 5일 CES 참석을 위해 미국 라스베이거스로 출국하며 “문재인 전 대표와의 양자대결이라면 자신 있다”고 처음으로 언급한 뒤 공식 석상에서 거의 매번 같은 표현을 반복하고 있다. 안 전 대표는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당선을 도왔던 사람들은 정권에 욕심낼 자격이 없다”며 “지금은 새누리당과 바른정당으로 쪼개졌지만 양쪽 다 대선후보를 낼 자격이 없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국민의당과 민주당 두 당으로 (대결이) 압축된다는 것”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안 전 대표의 ‘문재인과의 양자대결’ 발언 이면에는 반 전 총장의 높은 지지율이 유지되지 못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특히 선거나 청문회 등 일종의 검증을 거친 정치인 출신이 아니기 때문에 후보 검증을 버티기 어렵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 또한 “반 전 총장은 혹독한 검증을 받게 될 것”이라면서 “제가 알고 있는 의혹도 언젠가 전가의 보도처럼 쓸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최근 반 전 총장의 조카가 뇌물 공여 혐의로 기소된 데 이어 이정미 정의당 의원이 17일 반 전 총장의 동생인 반기호씨의 ‘미얀마 사업진출 유엔 특혜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국민의당의 한 관계자는 “반 전 총장이 공식적인 출마 선언을 꺼리는 것도 검증이나 지지율 하락 등에 대비해서 퇴로를 열어놓은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기도 했다. 반 전 총장은 12일 입국 기자회견에서 “제가 아직까지 출마하겠다고 발표를 한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은 바 있다.
정치권 일각에는 반 전 총장이 대선 진행 과정에서 보수 확장성이 있는 안 전 대표와 단일화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존재한다. 보수 진영의 유력 후보인 반 전 총장의 지지율이 떨어질 경우 보수층 유권자들은 문 전 대표의 대항마로 안 전 대표를 원할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