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이재용 영장기각] 대기업 수사 확대도 막히나

'재단 출연=뇌물' 논리 깨져

롯데·SK 등 혐의 입증 험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을 계기로 다른 대기업들 수사로 확대하려던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구상도 차질을 빚게 됐다.

특검팀은 구속 여부와 대기업 수사 확대는 별개의 문제라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지만 ‘재단 출연금=뇌물’이라는 논리가 법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은 만큼 난항이 예상된다.


특검팀 대변인인 이규철 특별검사보는 18일 이 부회장의 구속 여부가 다른 대기업 수사에 미칠 영향에 대해 “영장실질심사 결과와는 큰 상관없이 대기업들 수사는 진행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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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특검의 의지와는 다르게 앞으로 수사는 한층 어려워지게 됐다. 구속영장 발부 여부가 혐의 여부를 가리는 것은 아니지만 법원에서 사실상 ‘범죄 소명이 부족했다’는 판단을 받은 특검이 비슷한 형태의 뇌물공여 혐의를 다른 대기업들에 덧씌우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특검은 애초 이 부회장을 구속한 뒤 롯데와 SK·CJ 등 다른 대기업들로 수사망을 넓히려 했다. 미르·K스포츠재단의 출연금액과 ‘부정한 청탁’ 유무가 혐의의 관건으로 판단했다. 두 재단의 이익이 사실상 최순실씨에게 향하는데 최씨와 박근혜 대통령이 ‘경제적 공동체’로 얽힌 만큼 박 대통령에게 직접 제공한 뇌물과 다름없다는 것이다. 여기에 각 대기업이 대가를 바라고 청탁을 넣은 사실이 입증된다면 혐의가 완성된다는 논리였다. 롯데는 면세점 사업 승인, SK와 CJ는 오너의 사면이라는 청탁이 있었다고 봤다. 이런 논리 구성은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깨지게 됐다. 구체적 청탁 내용이나 사정이 조금씩 다르다고는 하지만 큰 맥락에서 같은 행위이기 때문에 특검으로서는 새로운 대응 논리를 만들어내거나 불구속 상태에서 보강 수사를 하는 수밖에 없게 됐다. 재계가 가장 우려했던 대기업 회장들의 줄구속 사태는 가능성이 그만큼 낮아지게 된 셈이다.

박 대통령을 최종 목적으로 삼고 있는 특검으로서는 여기서 수사를 멈추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박 대통령의 뇌물수수 혐의 적용을 자신하고 있는 특검이 대기업들의 논리대로 대기업들을 ‘피해자’로 보게 된다면 뇌물죄 대신 강요나 직권남용 등 수위가 더 약한 혐의를 적용할 수밖에 없게 된다. 사실상 특검 수사 성패와도 맞닿아 있는 문제라는 것이다.

진동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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