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테니스의 간판 정현(21·삼성증권 후원)이 세계랭킹 50위 내 진입의 희망과 함께 시즌 첫 메이저대회를 마무리했다.
세계랭킹 105위의 정현은 19일 호주 멜버른파크의 하이센스아레나에서 열린 호주오픈 남자단식 2회전(64강)에서 세계 15위의 강자 그리고르 디미트로프(26·불가리아)에 1대3으로 졌다. 세트스코어만 보면 완패에 가깝지만 1세트에서 5게임을 내리 따내 6대1로 크게 이긴 뒤 2~4세트를 모두 4대6으로 내준 분패였다.
한국선수 메이저 남자단식 최고 성적인 16강(2000·2007년 US오픈 이형택)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정현은 세계 50위 진입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그는 2015년 올랐던 51위가 개인 최고 세계랭킹이다. 챌린저급 대회에 주로 출전하며 가파르게 랭킹을 끌어올리던 정현은 그러나 강자가 즐비한 투어 대회로 주 무대를 옮기고부터는 좌절의 연속이었다. 지난해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진출에 실패하고 메이저대회에서 줄줄이 첫판에 탈락한 정현은 4개월간 대회 출전을 미루고 그립 등 기본부터 점검했다. 그 결과 지난 17일 호주오픈 1회전에서 세계 79위 선수를 누르고 메이저 단식 본선 2승째를 거뒀다.
첫판에서 보여준 업그레이드된 서브와 포핸드는 여전히 날카로웠다. 약점으로 지적돼온 서브는 이날 최고 시속 211㎞를 찍어 2014년 세계 8위까지 올랐던 디미트로프(207㎞)를 오히려 앞섰다. 평균시속도 177㎞로 173㎞의 디미트로프보다 빨랐다. 서브에이스 7개를 기록, 12개의 디미트로프에 크게 뒤지지 않았다. 브레이크포인트도 15차례(디미트로프는 10회)나 잡았다. 또 네트플레이 득점 확률이 95%에 이르는 등 한층 노련해진 경기력이 기록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반드시 포인트를 따내야 할 승부처에서 마지막 힘을 짜내지 못하는 모습은 보완점으로 지적됐다. 1대1이던 3세트 게임스코어 3대3에서 서브게임을 내준 장면과 4세트 게임스코어 4대4까지 따라갔다가 역시 서브게임을 뺏긴 게 가장 뼈아팠다. 5세트에도 쌩쌩할 정도의 ‘메이저용’ 체력을 갖추는 것이 숙제로 드러났다. 2015년 US오픈에 이어 생애 두 번째로 메이저 단식 본선 2회전을 경험한 정현은 상금 8만호주달러(약 7,000만원)와 랭킹포인트 45점을 챙겼다.
한편 세계 2위 노바크 조코비치(세르비아)는 이날 117위의 데니스 이스토민(우즈베키스탄)에게 2대3으로 져 2회전에서 탈락하는 충격을 맛봤다. 이 대회 통산 7번째 우승과 세계 1위 탈환도 모두 물거품이 됐다. 조코비치가 메이저 2회전 이전에 탈락하기는 2008년 윔블던 2회전에서 탈락한 이후 9년 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