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9일 대전 카이스트(한국과학기술원KAIST)를 방문해 4차 산업혁명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지만 막상 질의응답에선 ‘동문서답’을 하며 진땀을 흘렸다. 위안부 합의 지지 논란과 23만 달러 수수 의혹 등을 문제제기하는 학생들에게 둘러싸여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반 전 총장은 이날 오전 대전 카이스트를 방문해 ‘국제기구와 과학기술정책’을 주제로 한 토론에서 “제가 장관으로 있을 때만 해도 과학기술처 장관이 부총리급이었는데 최근 정부 실장급으로 됐다. 차관보 실장급”이라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의 미래 추세라든지 대응을 보면 분명히 격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정부는 과기처 등 과학기술 전담 부처를 뒀지만 이명박 정부 시절 교육과학기술부가 출범하면서 사라지게됐다. 박근혜 정부에서도 미래창조과학부에 과학 분야가 속해 있다.
하지만 이는 과학자들의 열악한 연구 환경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한 대학원 학생이 “4차 산업혁명과 과학기술의 중요성에 대해 주로 말씀해주셨는데 과학자들이 제대로 대우받고 안전하게 실험하는 환경이 돼야 한다”고 지적하며 입장을 물었지만 정작 답은 동문서답이었던 셈이다.
질문을 한 학생은 “심도 깊은 얘기를 들을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제가 순진했던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날 반 전 총장은 강연을 시작하기 전부터 학생들의 강한 항의를 받았다. 학생들은 ‘그래서 (위안부) 합의 잘했다고요?’ ‘이것이 진보적 보수?’ 등의 피켓을 들고 각종 현안에 대한 질문을 했다. 반 전 총장은 대답 없이 빠른 속도로 자리를 이동했다.
강연이 끝난 뒤엔 한 기자가 위안부 문제를 묻자 “어제 내가 답변했으니까 그거 들어보라”고 짧게 대답하고 차에 올라탔다. 반 전 총장은 전날 이에 대한 질문을 한 기자들을 “나쁜 놈들”이라고 지칭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대전=권경원기자 naher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