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오는 20일 정세균 국회의장을 예방한다. 19일 반 전 총장 측과 정 의장 측은 반 전 총장이 20일 오전 10시 국회를 찾아 정 의장을 만난다고 밝혔다. 참여정부 장관 출신이지만 현재 반대의 진영에 서 있는 반 전 총장과 정 의장이 언론에 공개되는 모두발언 이후 비공개 회동에서 무슨 말을 나눌지에 대한 이목이 쏠리고 있다.
정 의장은 우선 반 전 총장에게 덕담을 건넬 전망이다. 정 의장 측 관계자는 서울경제와의 통화에서 “반 전 총장이 UN 사무총장을 지내고 오랜만에 귀국한 만큼 위로와 격려 인사를 드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의장과 반 전 총장은 참여정부에서 각각 산업자원부 장관과 외교통상부 장관으로 2006년 국무회의 멤버로 활동한 바 있어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연출 될 수 있지만 정 의장이 사실상의 여권 후보로 대권행보를 시작한 반 전 총장에게 충고를 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 의장은 지난 2015년 11월 박근혜 정부가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선언한 이후 반 전 총장에게 “반 총장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역사교과서 국정화 중단을 권고해야 한다”고 촉구한 바 있다. UN은 역사교과서 국정화는 기본권에 침해된다고 회원국에 권고해왔고 이 권고에 따라 베트남은 국정화를 중단하고 검·인정 체제의 전환을 선언한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당시 의원신분의 정 의장은 “지금 국민과 야당, 역사학계, 지식인, 학생이 나서는데 박근혜 새누리당 정권이 말을 듣지 않는다면 UN까지 나서야 한다”고 반 전 총장의 역할을 당부했다. 반 전 총장은 이에 대해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아 정 의장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는 후문이다.
또 정 의장은 지난해 5월 반 전 총장이 방한했을 때에도 “(반 전 총장의 대권행보가)참으로 적절치 않고 우리 대한민국의 체면을 손상 시키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CBS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총장 신분으로 방한해 대권 행보를 한 반 전 총장을 향해 “제가 10여 년 전 그분하고 같이 내각에서 일을 했는데 당시 이분이 우리 대한민국을 책임질 분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며 “비전과 전략도 있어야 할 테고 국가를 위해 자신의 목숨도 바칠 자세가 되어 있어야 된다고 보는데 그런 것을 느끼지 못했기에 꼭 (대통령에) 적절한 분이라고는 생각하지는 않았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