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해운업계를 큰 충격에 빠트렸던 ‘한진해운 사태’가 국내 해운사들의 외형을 크게 쪼그라트린 것이 수치상으로 나타났다. 선사의 외형을 판단하는 기준은 몇몇 가지가 있는데 그 중에서도 선사들이 보유한 선대(船隊)를 가장 일반적인 기준으로 꼽는다. 다시 말해 선사들이 얼마만큼의 물동량을 실어나를 수 있느냐다.
우리나라 선사들의 운항 선대는 한진 사태를 겪으면서 크게 위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해운의 위상 추락을 잘 보여주는 셈이다.
19일 선주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말 9,081만DWT(재화중량톤수)였던 우리나라 선사들의 운항 선대는 그해 말 8,116만DWT로 10.6% 감소했다. 국내 선사들이 보유한 선박(용선 포함)의 적재량을 톤수로 환산해 합한 규모다. 컨테이너선의 선복량을 측정하는 단위인 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 크기)도 DWT로 환산해 포함시켰다.
구체적으로 사선은 6,693만DWT에서 6,346만DWT로 5.2% 감소했고, 용선은 2,388만DWT에서 1,770만DWT로 25.9% 급감했다.
한진해운이 주력으로 삼았던 컨테이너선만 따로 떼어내 변화를 비교해보면 감소 폭이 심각한 수준이다. 컨테이너선 선대 규모는 지난해 10월 말 131만TEU에서 68만TEU로 48.3% 감소하며 한진 사태의 직격탄을 맞았다.
한진해운이 사실상 공중 분해되면서 우리나라 선사들이 실어 나를 수 있는 컨테이너 규모가 절반 가까이 날아간 셈이다. 사선과 용선으로 분리해 비교하면 사선이 같은 기간에 47.4%, 용선이 49% 감소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 국적 선사가 실어 나를 수 있는 화물 규모가 절반 가까이 내려 앉았다는 점에서 참담함을 느낀다”면서 “지난 수 십 년 간 쌓아 올린 공든 탑이 하루 아침에 무너진 꼴”이라고 한탄했다.
우리 선사들이 보유한 전체 선박에 대한 값어치도 크게 떨어졌다.
영국의 조선·해운 조사업체인 배슬 밸류(Vessel Value)에 따르면 우리나라 선사들이 보유한 모든 선박(벌커·컨테이너·LNG·LPG·탱커·해양플랜트지원선)들의 가치 총합은 올해 초 기준으로 212억달러로 나타났다. 개별 선박의 가치를 따져 모두 합한 값으로, 한 해 전인 지난해 초 234억달러보다 10% 가까이 낮아졌다.
특히 한진해운이 주력이었던 컨테이너선의 전체 값어치가 38억7,100만달러에서 25억7,500만달러로 33.5% 급감했다. 선주협회 관계자는 “선박이 노후화하면서 자연스레 선박 가치가 떨어진 것에 더해 선복 과잉으로 컨테이너선의 값어치가 크게 낮아진 것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면서 “한진해운 법정관리로 인한 선대 감소까지 반영되면 가치 감소 폭이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