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Brexit)는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과 함께 지난해 최대의 국제 뉴스였다. 지난해 6월 예상을 뒤엎은 영국 국민투표 결과에 대해 각 방면 전문가들의 분석들이 뒤따랐으며 여기서 하나로 취합된 결론이 ‘반(反)엘리트주의’다. 유럽연합(EU) 출범 이래 별다른 혜택을 보지 못하거나 피해를 본 노령세대와 비숙련 노동자, 농촌 지역, 이민 반대파들이 브렉시트 찬성에 힘을 실어줬다는 것이다. 때늦은 분석이기는 했지만 큰 흐름을 놓쳤다는 뼈아픈 지적이기도 했다.
이 시기 미국의 공화당 대선후보로 나선 트럼프는 영국의 투표 결과를 유심히 지켜보고 있었다. 트럼프는 지난해 대선 일주일 전에 “여러분은 나를 ‘미스터 브렉시트(Mr. Brexit)’라고 부르게 될 것”이라고 공언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힐러리 클린턴에게 밀리고 선거 캠프마저 동요하던 시점에 트럼프의 이 말은 선거 완주를 위한 ‘자기 최면’이었다. 선거운동에서 브렉시트처럼 히스패닉 등에 대한 반(反)이민 정서를 자극하는 공약과 무슬림 입국 금지까지 주장했던 그로서는 브렉시트 같은 반전이 없다면 승산이 없다고 봤기 때문이다.
브렉시트와 미국 대선 등 두 번의 선거 결과로 반엘리트주의는 이제 국제정치의 흐름을 규정하는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한마디로 기존의 정치 엘리트에 대한 ‘아웃사이더’들의 반격이다. 또 다른 면에서는 저성장의 고착화로 미래에 대한 불안이 큰 중산층 이하의 불안감을 파고든 대중 인기영합주의(포퓰리즘)나 다름없다. 그래서 최근 언급되는 반엘리트주의는 반이민주의, 고립주의와 탈세계화, 보호무역주의 등 극단적 국가이기주의의 흐름과도 맥을 같이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다보스포럼을 비판하는 만평 한 컷을 실었다. 다보스에 모여든 각국의 저명인사들이 ‘반엘리트 시대에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라고 적힌 플래카드 아래서 토론하는 모습이다. 대선 기간 내내 트럼프와 각을 세운 NYT는 다보스포럼의 주제를 ‘반엘리트시대 부자들의 생존법’이라고까지 풍자했다. ‘반엘리트 시대’의 흐름이 큰 선거를 앞두고 있는 우리에게 어떤 울림으로 다가올지 모르겠다. /온종훈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