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플레이션’ 기대감으로 시장금리가 급등한 지난해 4·4분기 이후 외국인투자가들이 국내 증시에서 금융주 쇼핑에 나선 것으로 나타났다. 금리 인상에 따라 은행·보험은 수혜가 기대되지만 증권은 보유채권 평가손이 우려되는 상황임에도 외국인의 금융주 매수는 골고루 이어지고 있다.
19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외국인은 지난해 10월1일부터 올해 1월18일까지 국내 증시에서 은행업종을 9,734억원 순매수했고 증권업과 보험업을 각각 1,354억원, 777억원 사들였다. 특히 은행업은 25개 업종 가운데 이 기간 동안 외국인이 두 번째로 많이 매수한 업종으로 분류됐다. 이 기간 동안 코스피금융업지수는 7.72% 상승했다. 증권업·보험업지수도 각각 7.05%, 3.68% 올랐다. 특히 증권업지수는 이 기간 종가 기준 저점이었던 지난해 12월5일 대비 16.72%나 올랐다
개별 종목 중에서는 신한지주(055550)(4,024억원)를 가장 많이 사들였다. 신한지주는 다변화된 자회사 포트폴리오, 유가증권 매각 이익, 높은 자본 비율 등으로 증권사들이 은행 및 금융지주 가운데 최선호주로 뽑고 있다. 뒤를 이어 외국인 순매수 상위권의 금융주는 하나금융지주(086790)(3,832억원)·삼성생명(032830)(1,012억원)·기업은행(024110)(676억원)·NH투자증권(005940)(539억원)·KB금융(105560)(497억원) 등이었다. 반대로 이 기간 동부화재(005830)(556억원)·삼성화재(000810)(396억원)·현대해상(001450)(336억원)·키움증권(039490)(335억원) 등은 외국인이 순매도했다.
은행 관련 금융지주사의 주가는 글로벌 채권금리 상승이 주가의 흐름을 바꿨다. 지난해 3·4분기 초반만 해도 저금리 기조 장기화로 불확실한 전망이 제기됐지만 미국의 금리 인상 분위기는 달라졌다. 글로벌 은행주가 강세를 보이며 외국인의 패시브 자금이 국내 금융주로 유입됐기 때문이다. 여기다 국내에서도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추가로 내리지는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며 은행주는 급등세를 타고 있다. 은경완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금리 상승에 자산 성장을 바탕으로 순이자이익의 개선이 확실시되고 충당금·판관비 등 비용도 안정적으로 관리되면서 주가에 반영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보험업 역시 금리 상승의 수혜 업종으로 꼽힌다. 특히 한은이 급증하는 가계부채 등의 이유로 금융안정에 중점을 두면서 추가로 기준금리를 내릴 가능성이 낮아 앞으로 주가 전망도 긍정적이다. 특히 생명보험 종목을 중심으로 수혜가 전망되고 있다. 반대로 증권주는 시장금리가 올라가면 부정적인데도 순매수가 유입됐다. 증권사의 지난해 4·4분기 실적은 금리 급등으로 채권평가손실이 우려되는데다 국내 경기 부진으로 투자심리가 위축돼 부진할 것이라는 게 시장의 전망이다. 그런데도 수급이 매수 우위인 것은 이미 주가가 많이 낮아졌다는 판단의 결과로 풀이된다. 원재웅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증권사의 실적 개선은 쉽지 않으나 이미 주가에는 반영됐다”며 “밸류에이션도 과거에 비해 높은 편이 아니라 주가가 더 내려갈 가능성은 적다”고 말했다. 그는 당분간 자기자본 4조원 이상 대형 증권사와 전문화 혹은 특화된 업체 중심으로 이익이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