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조 전 장관은 블랙리스트 존재는 알고 있었지만 이에 대해 관여, 주도한 적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조 전 장관은 블랙리스트 사건이 진행되던 중 청와대 정무수석이었다. 당시 그의 직속 상관이었던 김기춘 전 비서실장과 그의 직속 부하였던 정관주 전 정무수석실 산하 국민소통비서관은 블랙리스트 관여 혐의로 구속된 상태다. 조 전 장관의 말대로 본인이 블랙리스트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면 본인을 소외시키고 상사와 부하가 알아서 진행한 셈이 된다. 설사 그것이 사실이더라도 조 장관은 지휘계통상 정무수석에 있어 블랙리스트 존재를 알았거나 더 나아가 블랙리스트 실행을 측면에서 지원했다는 정황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특검 등에 따르면 블랙리스트는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2014년 4월의 다음 달인 5월부터 세월호를 빙자한 문화계 좌파 인사 활동의 싹을 자른다는 명분으로 시작됐다. 그해 6월에 조 전 장관은 청와대 정무수석에 부임하면서 최소한 블랙리스트 진행 사실을 인지했던 것을 추정된다.
이에 따라 조 전 장관은 끝까지 결백을 주장하며 유·무죄를 다투기보다는 청와대에서 벌어지고 있던 블랙리스트 활동을 있는 그대로 수사에서 털어놓으며 선처를 구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있다. 특검이 파헤치고자 하는 박근혜 대통령과 김기춘 전 비서실장의 블랙리스트 주도 사실에 대해 수사 과정에서 적극 진술하는 대신 자신은 검찰 구형과 법정 선고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려 할 공산이 크다. 현재 박근혜 대통령과 김 전 실장은 블랙리스트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는데 조 전 장관의 진술이 이들에 대한 혐의를 밝히는 데 결정적 디딤돌이 될 수 있다.
이른바 조 전 장관도 ‘죄수의 딜레마’에 빠진 형국이라는 게 법조계의 분석이다. ‘죄수의 딜레마’는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추정되는 두 용의자 중 자백한 사람은 정직에 대한 보상으로 감형이 가능하고, 부인한 사람은 죗값이 더해져 더 높은 형을 받는 일종의 게임이론이다. 블랙리스트를 작성하고 주도한 것으로 추정되는 사람들은 박근혜 대통령과 김기춘 전 실장이고 조 전 장관은 조연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조 전 장관은 끝까지 버텨 이들 주요 용의자들과 함께 높은 처벌을 받는 길을 택하기보다 아는 사실을 실토함으로써 낮은 형량을 구하는 합리적 선택을 할 것이란 분석이다.
미국은 ‘사전형량조정제도’란 이름으로 피의자가 자백하거나 유죄를 인정할 경우에 형량을 경감하거나 조정하는 것을 규정화하고 있다. 한국은 검찰이 피의자와 거래를 할 수 없다는 명분을 들어 이 제도를 금지하고 있지만 피의자가 일부 혐의를 자백하거나 수사에 적극 협조할 경우에 검사가 구형에 참작을 하고 판사도 판결 과정에서 정상 참작을 해 낮은 형량을 선고하는게 현실이다.
‘비선실세’ 최순실 씨의 조카 장시호 씨는 현재 대부분의 죄를 인정하고 특검의 수사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장 씨는 삼성 뇌물죄, 공무상 비밀누설죄 등 혐의를 입증하는 결정적 증거가 담긴 태블릿PC를 특검에 증거로 직접 제출했다.
초반 혐의를 부인하던 장 씨의 심경변화에 대해 한 변호사는 “특검에 협조해서 결과적으로 재판 과정에서 검찰이 알아서 구형량 같은 것을 낮춰줄 수 있다. 본인이 끝까지 버틴다고 한다면 특검이 더 수사를 많이 들어가게 되고 그러다 보면 수사 과정에 새로운 범죄 사실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특검에)적극적으로 협조하면서 특검의 재량으로 봐줄 수 있는 부분을 기대하고 있을 수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또 ‘혐의 부인’으로 일관하는 최 씨가 향후 장 씨에게 혐의를 뒤집어 씌울 것으로 염려해 먼저 자백을 선택했다는 분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