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단독]崔 파문에...한국기업 AIIB사업서 배제될 판

'부패·뇌물 혐의 해외기업 제외' 투명경영 규정에

미르 등 출연 53개 기업, 프로젝트 참여 힘들 듯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된 우리 대기업들이 중국 주도로 설립돼 운영되고 있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프로젝트에 참여하기 힘들 것이라는 암울한 관측이 나왔다.


23일 재계와 정부 당국에 따르면 지난 2016년 1월 중국 주도로 출범돼 가동에 들어간 AIIB가 사회간접자본(SOC) 투자와 대형 프로젝트파이낸싱에 부패·뇌물 혐의가 있는 해외 기업의 참여를 배제하는 투명경영 조항을 담고 있어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한 53개 대기업들이 AIIB 프로젝트에서 배제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 등 우리 정부도 이 같은 사실관계를 확인, 우리 기업들의 입찰 참여에 미칠 영향과 파장에 대해 정밀조사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중국 정부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의 한국 배치를 겨냥해 화장품·배터리·관광·전자제품 등 전방위 압력을 가하고 있어 우리 기업의 AIIB 프로젝트 참여에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우려된다.


AIIB는 ‘금지된 행위에 대한 정책(Policy on Prohibited Practices)’ 규정에서 “AIIB는 최고의 청렴(투명) 기준을 준수하는 믿을 만한 상대방하고만 비즈니스 거래를 한다”며 “사기·부패 행위에 연루된 기업과 개인에 대해서는 제재를 가하는 시스템을 갖고 있다”고 적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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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수 특별검사팀이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한 53개 기업에 뇌물공여죄를 적용하고 법원의 최종심까지 뇌물 혐의가 이어질 경우 우리 기업들은 AIIB의 대형 프로젝트에서 아예 배제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우선 AIIB의 인프라·SOC 사업과 연관성이 깊은 포스코·KT·삼성물산·SK종합화학·GS건설·두산중공업·대림산업·LS전선 등이 직접 피해를 입을 수 있다. 여기에 이들 재단에 거액의 출연금을 낸 삼성전자·현대자동차·SK하이닉스·LG화학·호텔롯데·한화·아모레퍼시픽 등 다른 기업들도 수주 참여, 제품 공급 등에서 기회를 박탈당하거나 불이익을 당할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 설립 당시 AIIB 회원국은 57개였지만 연내 80개국을 돌파하는 등 경제적 파워를 키워가고 있다. 지난 1년간 총 9개의 프로젝트에 17억3,000만달러의 융자를 제공했다. 회원 수가 늘어나고 SOC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면 5년 뒤에는 AIIB 융자 규모가 한 해에만 100억~15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AIIB 등 글로벌 기구들은 대형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기업들에 엄격한 부패와 뇌물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며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에 대한 최종 재판 결과가 나오려면 2~3년이 걸릴 것으로 보이는데 AIIB 이사회가 사업 초기에 한국 기업들을 대거 제외시킬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서정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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