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탄핵 사유 중 일부를 재정비해 헌법재판소에 제출했다. 대통령이 위반했다는 법률을 일일이 제시하는 대신 ‘권력적 사실관계’라는 개념을 이용해 시장경제 등 헌법 가치를 해쳤다는 주장으로 정리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을 청구한 국회 측은 23일 대통령의 법률 위반 행위를 헌법 관점에서 새롭게 정리한 준비서면을 헌법재판소에 제출했다.
이번 준비서면은 헌재가 심리 중인 5가지 쟁점 가운데 법률 위반을 묶은 5번째 쟁점을 놓고 중간 정리한 서면이다. 국회는 애초 탄핵사유서에 미르·K스포츠 재단 모금 행위나 현대차와 KD코퍼레이션과의 거래 주선 등의 행위를 대통령의 직권남용이나 강요, 뇌물 등 법률 위반 관점에서 해석했다. 다만 이를 두고 재판부가 “같은 사실을 두고 강요와 뇌물 등 모순된 법률 해석이 있으니 정리해 달라”고 요청하자 국회는 이를 계기로 법률이 아닌 헌법 위배 관점에서 사안을 정리했다.
권 위원장은 앞서 “쉽게 이야기하면 공소장 변경과 같다”며 “기본적인 사실관계는 유지하면서 법적 평가를 달리하는 것이기에 탄핵소추위원과 대리인단이 얼마든지 준비서면을 작성해 제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회는 대통령 연루 범죄 의혹 사실들을 ‘권력적 사실행위’라는 개념으로 묶었다. 권력적 사실행위는 행정청이 우월적 지위에서 일방적으로 강제하는 공권력 행사다. 국회는 5공화국이던 1985년 부산 지역 대기업인 국제그룹을 신군부가 해체한 사건을 대표적인 권력적 사실행위로 제시했다. 이번 사건 역시 과거 국제그룹 해체 사건처럼 대통령과 경제수석이 우월 지위를 이용해 부당한 요구를 했다는 해석이다.
국회는 이를 통해 대통령이 위반한 헌법가치를 △법률유보원칙(법적 근거없는 통치행위) △과잉금지원칙 △자유시장경제질서 △자유민주적기본질서로 정비했다.
국회는 “대통령이 경제수석을 시켜 대기업에 사실상 출연을 강요하고, 특정 기업의 이권을 직접 챙기며, 특정 민간인들의 취업을 청탁하는 행위는 기업의 자율적 의사결정을 억압하고 자유시장 경제질서에 정면으로 반박하는 관치경제의 소산으로 폐지돼야할 폐습”이라며 “피청구인의 행위는 자유시장 경제질서와 사영기업의 경영 통제를 금지한 헌법 규정을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흥록·이두형기자 ro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