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업이죠?”
“저희가 새로운 파스타를 만들었는데요. 이름은 비트(bit) 파스타입니다. 이미 알파벳 모양의 파스타는 나와 있는데요. 저희는 알파벳 대신 이진수를 상징하는 1과 0 모양으로 파스타 면을 만들었습니다.”
인기 있는 미국 드리마 ‘실리콘밸리’의 한 장면이다. 인큐베이팅센터에 입주하기 위해 한 창업가가 발표한 사업 아이디어였다.
여러분은 이 아이디어에 대해 어떤 생각이 드는가. 알파벳도 아니고 1과 0 모양의 파스타라니 흥미롭지 않은가. 정보기술(IT)업계에 종사한다면 한 번쯤 먹어보고 싶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 아이템으로 창업을 하거나 투자 의사 결정을 해야 한다면 어떨까. 할 만해 보이는가. 누가 알겠는가, 유명 아이돌이 비트 파스타를 먹는 장면이 TV에 나와 빅히트를 칠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아이디어는 스타트업을 진행하기에 쉽지 않아 보인다는 데 의견이 모아질 것이다. 더군다나 투자 유치는 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실제로 주위에 있는 네 명의 벤처캐피털 관계자에게도 물어봤다).
어떤 이유로 비트 파스타 아이디어가 스타트업 사업으로 부적절해 보이는 것일까. 그 이유를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면 다른 사업 아이디어의 적절성에 대해서도 가늠해볼 수 있을 것이다.
위키백과는 스타트업(start-up)을 설립한 지 오래되지 않은 신생 벤처기업을 말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는 보통 혁신적 기술과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빠른 성장이 기대되는 회사라고 할 수 있다. 스타트업이 보유한 기술과 아이디어는 고객이 가진 불편함을 찾아내고 그것을 해결해주는 솔루션으로 사용된다. 그리고 이 솔루션을 만들어내는 과정이 고객 가치 창출 과정이다.
매력적인 스타트업 사업 아이디어는 어떤 것일까. 고객 가치 창출 과정을 조금 더 구분해보자.
우선 고객 문제 관점이다. 문제 상황이 얼마나 빈번하게 발생하는지(frequent), 얼마나 공통으로 나타나는지(common), 정말 해결한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인지(worth solving)를 살펴보는 것이다. 각각이 높을수록 매력도가 높은 것이다. 여기서 빈번함과 공통성은 시장의 크기와도 연결돼 성장성을 가늠해볼 수 있다.
둘째, 문제 솔루션 관점이다. 솔루션이 얼마나 독창적인지(unique), 솔루션을 보호받을 수 있는지(protective) 또는 모방을 막을 수 있는지, 그리고 적절한 솔루션인지(suitable) 체크해보는 것이다.
비트 파스타를 여기에 적용해보면 어떨까. 일단 파스타를 먹을 때 파스타 모양 때문에 불편함을 느끼는 경우가 자주 있는지, 대상 고객이 공통으로 생각하는지, 해결할 만한 가치가 있는 문제인지 생각해보자. 그다음은 1과 0 모양의 파스타가 독창적인 해결 방안인지, 경쟁사가 동일한 모양으로 만드는 것을 방어할 수 있는지, 1과0 모양의 파스타가 적절한 솔루션인지 생각해보자. 아마 매력도가 높지 않을 것이다. 매력도를 높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다시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다른 사업 아이디어도 이런 방식으로 생각해보자. sungjucho@business.kaist.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