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1년 3개월 만에 대규모 자사주 매입·소각 계획을 밝히면서 삼성전자 주가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5년 10월 11조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을 발표한 후 네 차례에 걸쳐 자사주 매입 프로그램을 가동했고 그 때마다 주가는 계단식으로 오른 전례가 있다.
삼성전자는 ‘자사주 매입시즌 2’에 투입 실탄으로 총 9조3,000억원을 책정했으며 이 가운데 1회차 물량 127만5,000주(우선주 포함)를 오는 4월24일까지 매입하겠다고 24일 밝혔다. 지난해 삼성전자의 일 평균 거래량이 24만주였던 점을 고려하면 삼성전자 하루 거래량의 10%가량이 자사주 거래로 채워지는 셈이다. 증권업계는 반도체 업황이 올해도 좋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삼성전자 주가가 사상 첫 200만원을 돌파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전날보다 0.26%(5,000원) 오른 190만8,0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상승 폭만 본다면 차분한 반응인 셈이다. 앞서 11조원대의 자사주 매입 및 소각 계획이 전격 발표됐던 2015년 10월29일 삼성전자 주가는 1.30% 올랐다. 김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11월에도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밝혔던 만큼 시장은 새로운 이슈로 보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시장은 여전히 이번 자사주 매입이 삼성전자의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보통 기업이 자사주를 매입한 후 소각하면 주식 유통물량이 줄어 주식 배당금이 증가하고 주가는 상승한다.
1회차 자사주 매입에 들어가는 실탄은 2조3,256억원이다. 시즌2 자사주 1차 매입이 시작되는 1월25일부터 4월24일까지의 거래일수는 총 61일로 하루 평균 자사주 매입물량은 약 2만주다. 이는 지난해 삼성전자의 일 평균 거래량(24만주)의 8.3%를 차지하는 물량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단행한 자사주 매입 프로그램에서는 상황에 따라 일 평균 자사주 매입량을 2만주에서 5만주, 6만주로 상황에 따라 높여왔다. 삼성전자가 2015년 11월 2일부터 지난해 10월28일까지 총 네 차례에 걸쳐 단행한 자사주 매입 기간에 삼성전자의 주가는 우상향하는 흐름을 보였다. 지난해 초 중국 증시 폭락 여파로 국내 증시가 크게 흔들렸던 1차 매입시기(2015년 11월2일~2016년 1월12일)를 제외하면 삼성전자 주가는 2차(2016년 1월29일~4월14일)·3차(2016년 4월29일~7월12일)·4차(2016년 7월29일~9월26일) 시기 모두 상승했다. 전체 매입 시기 기준으로는 14.24% 올랐다. 지기호 케이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자사주를 매입하면 주가 하방 지지력이 강해지는 효과가 발생한다”며 “삼성전자가 지금 주가 200만원을 눈앞에 둘 수 있던 배경에는 지난 9월 ‘갤럭시노트7’의 리콜 후폭풍으로 주가가 빠질 때 자사주 매입을 통해 방어에 성공한 영향도 있다”고 말했다.
물론 변수도 남아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특검의 수사가 계속될 가능성이 있고 주력 스마트폰인 갤럭시8 출시가 지연되면서 올해 1·4분기 실적 감소에 대한 우려가 없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가가 하락한다면 ‘시즌 1’처럼 하루 평균 2만주를 사들이다 5만~ 6만 주로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이날 자사주매입 한도로 10만2,000주(우선주는 2만5,500주)를 책정했다. 서민우·서지혜기자 ingaghi@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