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야심 차게 추진하고 있는 ‘보건의료 산업 육성 사업’이 부처 간 엇박자와 엉성하게 설계된 정책 등으로 제대로 시행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 산업 글로벌 7대 강국으로 발돋움하겠다’ 등 거창한 구호를 외치기 전에 정책부터 실효성 있게 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감사원은 24일 보건복지부·미래창조과학부·기획재정부 등이 추진하는 보건의료 산업 육성 사업의 관리 실태에 대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감사 결과 무려 26건의 위법·부당 사항이 발견되는 등 정책 개선이 시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 엉성한 정책
대규모 바이오 클러스터 사업
자립화 세부방안 추진도 안돼
자금부족에 입주 못한 기업도
정상운영 난항…존치 여부 검토
우선 약 8조원이 투입되는 대형 국가 프로젝트인 ‘바이오 클러스터 사업’은 계속 여부를 재검토해야 할 정도로 총체적 난국에 빠졌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바이오 클러스터 사업은 헬스케어 산업 관련 기업·대학·병원을 한 장소에 모아 부가가치 창출을 극대화하자는 것으로 충북 오송과 경북 대구에 조성됐다.
감사원에 따르면 지난 2010년 복지부는 산하 ‘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에 클러스터 운영을 맡기기로 하고 2014년부터 자립화를 위한 세부 추진 방안을 수립·시행하기로 했다. 하지만 세부 추진 방안은 지금까지도 마련되지 않았다. 이런 탓에 바이오 클러스터는 자체 운영비를 거의 확보하지 못해 정상 운영에 차질을 빚고 있다.
실제로 진흥재단은 운영비 부족으로 최근 3년간 평균 정원 669명의 48%에 해당하는 319명만 채용했고 각종 장비 가동률은 최근 2년간 38%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바이오 클러스터는 입주 계약을 체결한 기업 6곳이 자금 부족 등으로 실제 입주를 하지 못하고 있는데도 시정명령 등의 조치 없이 방치돼 있었던 사실도 드러났다.
감사원은 “복지부·미래부·산업부는 운영비를 자체 조달하지 못해 정상 운영이 불투명한 바이오 클러스터 존치 여부부터 면밀히 검토하라”며 “존치를 결정할 경우 진흥재단과 면밀히 협의해 구체적인 운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부처간 엇박자
복지부-기재부 갈등, 예산 부족
‘연구중심병원’ 3년도 안돼 삐걱
전문인력 양성 사업도 낙제점
‘혁신형 기업 지원’은 선정 실수
또 다른 주요 사업인 ‘연구중심병원’도 부처 간 엇박자로 시행 3년도 안 돼 흔들리고 있다. 연구중심병원 사업은 헬스케어 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병원의 기술 연구와 사업화 역량 강화가 필수라는 판단에 따라 오는 2024년까지 총 1조2,200억여원을 투자해 세계적 수준의 병원을 육성하는 사업이다.
하지만 감사 결과 2014년 시행 이후 매년 사업계획에 따른 예산을 확보하는 것조차 실패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사업계획 대비 예산확보율은 각각 67%, 26%, 40%에 그쳤다. 올해도 당초 계획의 37.5%밖에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복지부는 “애초 계획대로 예산을 달라”고 요구했으나 기재부가 “시범 사업 등을 먼저 실시해 사업 타당성을 확보하라”며 예산을 깎았기 때문이다.
보건의료 산업 전문인력 양성 사업도 낙제점을 받았다. 감사원은 “전문인력 수급 현황 파악부터가 미흡한 상태인데다 기존 기업 재직자의 재교육에 초점이 맞춰져 신규 인력을 양성하기에 역부족”이라고 꼬집었다. 가령 복지부는 2013년 1만명의 제약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목표를 세웠는데 세부 추진 과제는 제약산업체 전문인력 강화, 제약 산업 전문인력 자격제도 등 재직자를 대상으로 한 과제로 구성돼 있었다.
신약 개발 역량이 뛰어난 회사를 ‘혁신형 제약기업’으로 선정해 연구개발비 등을 지원하는 사업에서는 어처구니없는 실수가 나오기도 했다. 지난해 지원 대상 선정 과정에서 심사 점수를 잘못 검토해 후보 중 5위 회사가 탈락하고 7위가 선정되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감사원은 이런 문제를 포함해 문책 1건, 주의 5건, 통보 18건 등 26건의 위법·부당 사항을 지적하고 관계기관에 처분, 개선을 요구했다. 복지부는 “감사원 지적 사항에 대해 개선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