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포드와 다우케미컬 등 미국 제조업 기업인들과 만난 자리에서 “일본은 미국에 수십만 대의 자동차를 수출하면서도 일본 시장에서 미국산 자동차는 팔리지 못하게 하고 있다”며 “대일무역에 장벽이 있으며 이는 불공평하다”고 주장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다. 신문은 미국 대통령이 자동차 산업과 관련해 일본을 문제 삼은 것은 근래 없던 일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직접적인 일본 비판이 1980년대 미일 무역마찰을 연상케 한다고 경계했다. 당시 일본은 막대한 대미 무역 흑자로 미국의 집중 공세에 시달렸다.
일본 정부도 트럼프 대통령의 ‘일본 때리기’에 당혹해하며 즉각 반박에 나섰다. 세코 히로시게 일본 경제산업상은 이날 내각회의 뒤 기자단을 만나 “일본은 미국 차에 대해 관세를 매기지 않고 있으며, 관세 이외의 부분에서도 미국 자동차를 차별하지 않고 있다”면서 미국 측에 설명한 뒤 이해를 구하고 싶다고 말했다.
미국과 함께 TPP를 주도해 온 일본 입장에서는 이날 미국의 TPP 공식 탈퇴도 큰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세코 경제산업상은 TPP에 대해 “협정발효 전 이탈이라는 것은 없다. 따라서 법적 지위에는 변함이 없다”며 “TPP의 전략적, 경제적 중요성을 (미국에) 확실히 호소해 나가고 싶다”고 설득 의지를 드러냈다. 아베 정부는 그동안 TPP를 아베노믹스의 핵심으로 강조해 왔다.
트럼프 정부의 달러화 약세 유도도 엔저를 전제 조건으로 성립되는 ‘아베노믹스’에 큰 부담이다. 이날 블룸버그 통신은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 내정자가 청문회 서면 답변에서 “지나치게 강한 달러화는 단기적으로 미국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전했다. 므누신 내정자는 지난 19일 열린 상원 인준청문회에서 달러화 강세에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지만, 이후 상원의원들의 질의에 대한 서면 답변에서 지나친 달러 강세에 대한 경계감을 드러낸 것이다. 므누신 내정자의 답변이 전해지면서 24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달러환율은 장중 112.51엔까지 하락했다. 6개 주요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지수는 0.8% 가량 떨어져 9주 만에 최저 수준인 99.95를 기록했다가 100선을 회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