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리빌딩 파이낸스 2017] "스마트폰 화면만 보여주면 계산 끝"...카드 대체하는 간편송금

2부. 금융산업, 네 번째 혁명을 만나다

<3·끝> 성큼 다가온 카드 없는 세상

'토스' 등 모바일 간편결제·P2P서비스

저렴한 수수료·편의성 무기 시장 잠식

인터넷은행도 계좌기반 직불결제 추진

2515A09 카드 결제 시장 잠식 요인


2부. 금융산업, 네번째 혁명을 만나다

<3·끝>성큼 다가온 카드 없는 세상


서울의 한 음식점. 식사를 끝낸 고객이 나가면서 주인에게 스마트폰 화면을 쓱 보여준다. 주인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종이 쿠폰을 한 장 내민다. 고객은 쿠폰을 받아서 곧장 식당을 나간다.

이는 간편송금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토스’를 통해 밥값을 치르는 풍경이다. 고객이 토스로 돈을 송금해주면 주인은 카드 결제 수수료를 아낄 수 있기 때문에 이런 식당이 늘고 있다. 다만 고객 압장에서는 아직 현금이나 카드 결제보다 번거로울 수 있어 식당은 포인트 적립이나 쿠폰 증정 등 재방문 시 이용할 수 있는 혜택을 부여한다.

국내 결제 시장에서 굳건한 위상을 자랑하던 신용카드가 핀테크(금융+기술)로 탄생한 신종 결제 방식 탓에 그 자리를 위협받고 있다. 간편송금 이용자들이 급증하고 편리한 계좌 기반 결제도 속속 자리 잡으면서 기존 카드 결제망을 우회하려는 시도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가 더욱 문제다.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를 이용한 오프라인 결제도 가능해지며 핀테크를 토대로 한 새로운 신용공여 결제도 등장할 수 있다. 카드사들이 결제 시장에서 기존 위상을 지키기 위해서는 수수료 저하 노력과 결제 편의성 증대 등 뼈를 깎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진단이다.

국내 핀테크 혁신은 결제 분야에서 제일 먼저 시작됐고 또 경쟁도 가장 치열하다. 대기업은 물론 정보기술(IT) 기업까지도 간편결제(pay) 시장에 뛰어들면서 무려 30여개에 달하는 모바일 앱이 등장했다. 하지만 이들은 결제 시장에서 기존 카드 업계의 패권을 흔들지는 못했다. 페이 서비스 거의 대부분이 신용·체크카드를 등록하는 카드 기반 결제 방식이어서 오히려 카드 결제 수요를 키운 측면이 있었다.

그러나 핀테크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는 현재는 결제 시장의 상황이 사뭇 달라졌다. 은행 계좌나 충전지갑을 기반으로 하는 제3자 지급결제나 P2P(Peer to Peer·개인 간) 결제가 저렴한 수수료와 높은 편의성을 무기로 결제 시장에 침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내놓은 ‘디지털 혁신과 금융서비스의 미래’ 보고서에서는 지급 및 송금 분야가 핀테크를 통한 신종 서비스로 대체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분석했다. 저렴한 수수료와 편리한 이용절차 등 소비자 경험이 서비스 선택의 핵심요소이고 진입장벽이나 기존 서비스에 대한 충성도 등이 높지 않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신종 결제 서비스들의 결제 시장 잠식은 이미 시작됐다. 토스를 필두로 한 간편송금 서비스들은 현재 송금비용을 거의 책정하지 않아 결제 시 수수료 부담이 거의 없다. 특히 간편송금 서비스는 P2P 결제로도 진화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지난 2009년부터 서비스를 시작한 미국 최대 간편송금 업체 벤모(Venmo)는 현재 음식 주문, 스포츠 경기권 구매 등 종합 모바일 결제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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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내 사업이 본격화될 인터넷전문은행이 계좌 기반 결제에 승부수를 띄우는 것도 카드 결제 수요를 잠식할 수 있는 요소다. 카카오뱅크는 오프라인 VAN사와 온라인 PG(결제대행) 업체와의 연계를 최소화한 결제를, K뱅크는 계좌 간 직거래 개념의 직불결제를 내놓겠다 밝힌 바 있다. 다만 이는 별도의 결제 네트워크 구축과 가맹점 확보가 필요한 만큼 결제 편의성 확보 때까지 제법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 가상화폐 안착도 결제 시장의 한 변수다. 가상화폐는 현재 총액 및 거래량이 많지 않아 변동성이 심한 탓에 결제수단으로서는 불안정한 게 사실이다. 그러나 현재 가상화폐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고 국내에서도 제도화를 추진 중임을 감안하면 빠른 시일 내에 결제수단의 하나로 뿌리 내릴 수 있다는 전망이다.

이러한 신종 결제수단들은 기존 신용카드보다 수수료를 낮추는 식으로 가맹점을 유혹하고 있다. 신용카드는 복잡한 결제 네트워크 특성상 수수료를 낮추기가 어렵다. 한국은행의 조사에 따르면 신용카드는 지급수단 중에서 거래 건당 사회적 비용이 가장 높다.

신종 결제수단이 지금보다 다소 편리해지기만 해도 가맹점들은 수수료를 낮추기 위해 빠르게 채택할 공산이 크다. 실제로 소상공인연합회가 311명의 소상공인에게 설문조사를 해보니 84.9%가 카드 결제 수수료에 부담을 느낀다고 했으며 77.8%는 수수료 인하 효과가 있을 때는 핀테크 결제수단을 활용하겠다고 했다.

물론 결제 지연이나 할부 혜택을 누리고 싶어 하는 신용카드 고객들은 이런 신종 결제수단들의 범람에도 계속 신용카드를 사용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핀테크 및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신용공여 결제 서비스가 등장해 신용카드 회사와 정면으로 경쟁을 벌이지 않으리라는 법도 없다.

또한 체크카드에 익숙한 20대가 나이 들면서 신용카드 문화가 쇠퇴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실제로 한국은행이 매년 실시하는 지급수단 이용 행태 조사에 따르면 20대의 체크·직불카드 이용금액 비중은 2014년 28%에서 2016년 40.8%로 확대됐고 신용카드는 43.8%에서 32.7%로 감소했다.

결국 카드사들이 결제 시장에서 기존 위상을 지키려면 다양한 분야에서의 혁신을 통해 지불결제 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이는 게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예컨대 가맹점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서는 내부 PG 시스템 구축 등으로 수수료를 더욱 다이어트할 필요가 있다. 또한 지문·정맥 등 바이오결제를 도입해 결제 편의성을 더욱 높이는 노력도 수반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조권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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