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년간 큰 인기를 끌던 한식뷔페가 집밥과 뚜렷한 차별화를 이루지 못하며 4년 만에 성장 정체의 위기를 맞았다. 시장이 사실상 포화 상태를 맞자 일부 업체들은 주력 사업을 외식업이 아닌 가정간편식(HMR) 중심으로 개편하려는 모습이다.
25일 외식업계에 따르면 지난 2013년부터 승승장구한 이랜드 자연별곡(49개 매장), CJ푸드빌 계절밥상(45개), 중소업체인 풀잎채(46개), 신세계푸드 올반(15개) 등 한식뷔페 ‘빅4’가 최근들어 성장세에 급브레이크가 걸렸다.
이들은 모두 올해 출점 계획을 전혀 세우지 못하고 있고, 폐점하는 매장들도 잇따르는 상황이다.
이같은 상황에 대해 업계에선 한식뷔페가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지정되면서 출점이 제한된 측면도 있지만 그보다는 시장 정체를 더 큰 이유로 꼽는다. A업체 관계자는 “매장을 낼 공간이 있다 해도 한식뷔페 인기가 하락하다 보니 매장들의 수익이 좋지 않아 출점 계획이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한때 점포 수가 50개를 훌쩍 넘었던 자연별곡은 지난해 부산 서면 주디스점과 수유점, 노원점, 양재점 등 4곳이 폐점했으며 올반도 대전 세이본점이 문을 닫았다. 풀잎채 부산 괴정점은 건물 임대기간 만료를 이유로 운영을 중단했다.
한식뷔페의 이 같은 부진은 론칭 초기 호기심 효과가 사라진데다 집에서도 늘 먹는 한식을 굳이 밖에서도 먹을 필요가 없다는 심리가 더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내수부진,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등 갖가지 악재가 겹치고 브랜드들 스스로도 차별화를 꾀하는데 실패하면서 비상이 걸렸다. 한식뷔페는 2013년 초 풀잎채를 시작으로 대기업들이 잇따라 가세하면서 패밀리레스토랑의 대안으로 주목받았지만 이제는 레드오션으로 변했다는 평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부 업체들은 아예 한식뷔페 아이템을 HMR로 돌리면서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외식용으로 개발한 제품이지만 최근 1인 가구 증가에 따른 혼밥족 트렌드와도 맞아 떨어진다는 판단에서다.
가장 적극적인 곳은 올반이다. 올반은 신세계푸드 외식사업 중 비중이 가장 크고 그룹에서도 주목하는 브랜드로,특히 이마트가 피코크 등 HMR 육성에 사활을 건 만큼 올반도 매장은 베이스캠프로 활용하고, 사업 중심을 HMR로 재편하겠다는 구상이다. 올반은 지난해에만 9월부터 60종의 HMR 제품을 출시해 100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올해는 200종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신세계푸드 관계자는 “올해 냉동, 냉장 뿐 아니라 상온 보관이 가능한 HMR까지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풀잎채도 지난해 2월 일부 매장에서 판매한 ‘멍석갈비 돈구이’를 현재 39개점으로 확대했고, 이번 설에는 선물세트로도 선보였다.
아직 HMR 제품을 내놓지 않은 CJ푸드빌과 이랜드도 한식뷔페 위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비슷한 방안을 고민중인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