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리 경제가 2.7% 성장하는 데 그쳤다. 11조원의 추가경정 예산을 쏟아부었지만 4·4분기 성장률이 0.4%로 둔화하면서 2년 연속 2%대 저성장 트랩에 갇혔다. 연말로 갈수록 수출과 설비투자는 회복되는 모습을 보인 반면에 꽁꽁 얼어붙은 내수와 부동산시장의 둔화가 성장세의 발목을 잡았다. 소비를 짓누르는 1,300조원 가계부채를 감안하면 만성적인 2%대 저성장은 올해는 물론 내년에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25일 한국은행은 지난해 우리 경제가 전년 대비 2.7% 성장했다고 밝혔다. 이는 2015년보다는 0.1%포인트 나아진 수준이지만 잠재성장률(3.0~3.2%)에는 미치지 못했다. 우리 경제는 2014년(3.3%)을 제외하면 지난 5년 중 4년 동안 잠재성장률을 밑도는 2%대 성장세를 보였다.
지난해 그나마 2.7% 성장세를 기록할 수 있었던 것은 전년 동기 대비 11.8% 증가한 건설투자의 힘이 컸다. 이는 1991년(11.5%) 이후 25년 만에 최대치다. 건설투자의 성장기여도도 1.6%포인트로 전체 성장에 기여한 비율이 59.3%에 달했다. 쉽게 말해 건설투자를 빼면 우리 경제 성장률은 연간 1.1%밖에 안 되는 셈이다.
전년 대비 2.4% 증가한 민간소비도 미약하나마 개선세를 이어갔다. 성장기여도는 1.2%포인트로 건설투자 다음으로 높았다. 하지만 우리 경제 선순환 구조의 핵심인 수출과 설비투자의 부진이 성장률을 끌어내렸다. 수출은 지난해 전년 대비 1.4% 증가하는 데 그쳤다. 하지만 수입이 3.0% 늘면서 수출에서 수입을 뺀 순수출의 성장기여도는 -0.5%포인트였다. 2015년 대비 2.4% 감소한 설비투자도 성장률을 0.2%포인트 갉아먹었다. 수출 부진이 설비투자 감소로 이어지면서 성장률 0.7%포인트가 날아간 것이다.
문제는 지난해 말 들어 건설투자의 힘이 빠지고 민간 소비마저 큰 폭으로 위축됐다는 점이다. 지난해 4·4분기 건설투자는 전 분기 대비 1.7% 감소했다. 민간소비는 0.2% 증가하는 데 그쳤다. 통상 기업의 상여금 등이 지급되는 4·4분기는 ‘연말 특수’로 불릴 만큼 민간소비가 크게 늘어나는 시기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청탁금지법 시행으로 가계 소비 심리가 금융위기 이후 최악 수준까지 떨어지면서 그만큼 내수도 위축된 것이다.
이렇다 보니 4·4분기 성장률도 전 분기(0.6%)보다 0.2%포인트 0.4%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이는 2015년 2·4분기(0.4%) 이후 1년 6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또 2015년 4·4분기(0.7%)를 시작으로 0%대 성장이 5분기째 이어졌다.
그나마 설비투자가 전기 대비 6.3% ‘깜짝’ 성장하면서 성장률 마이너스 충격은 막았다. 전기 대비 6.3% 성장한 설비투자의 성장기여도는 0.5%였다. 3·4분기처럼 설비투자의 성장기여도가 ‘제로(0)’였으면 성장률도 마이너스로 추락했을 수 있다.
올해 성장의 핵심은 수출이다. 수출이 살아나면 기업이 투자를 늘리고 이로 인해 가계의 소득이 증가하는 경제 선순환 구조가 가동된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지난해보다 성장률이 올라갈 가능성은 수출 회복 딱 하나밖에 없다. 수출이 잘돼야 설비투자가 늘고 그게 소비로 연결된다”며 “세계 경제가 나아지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도널드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 정책이 가장 큰 위협 요인인 만큼 수출이 살아날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