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통일·외교·안보

외교보다 먼저…한미 국방 내달 서울서 만난다

트럼프정부 첫 한미 장관급 회담

매티스, 일본도 함께 찾아

동맹체제 강화·中 압박 예상

사드갈등 속 韓 난처해질 수도

한민구 국방부 장관과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이 다음달 초 서울에서 만난다. 국방부는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면서도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고 25일 밝혔다.

국방부는 새로 출범한 미국의 국방장관이 첫 순방지로 한국을 꼽은 점을 고무적으로 생각하는 분위기다. 국내 정치가 어수선한 가운데 제기되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원점 재검토론을 사전에 차단하는 효과도 내심 바라는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후보 시절 발언한 방위비 분담금 재협상까지 점치지만 첫 회담의 의제에 포함될지는 의문이다. 5년 단위인 협정의 만료 시한이 불과 1년밖에 안 남은 마당에 자칫 한국인들의 반미 감정을 야기할 수 있는 사안을 꺼내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방위비 분담금과 관련된 청구서는 나중에 크게 증액돼 날아올 가능성이 크다.

매티스 장관의 방한과 한미 국방장관 회담은 크게 두 가지 점에서 주목된다. 우선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한미 간 첫 장관급 회담에 해당된다. 외교 부문보다 국방장관끼리 먼저 만나는 것 자체가 이례적이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 내정자는 상원 인준을 받지 못한 상태라는 점을 고려해도 트럼프 행정부가 북핵 문제를 포함한 한반도 안보 상황을 중시하고 있다는 신호로 읽힌다. ‘미친개’라는 별명을 갖고 있을 정도로 강경파인 매티스 장관의 성향에 비추어 볼 때 방한 기간 중에 대북 강경 메시지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


보다 유의해야 할 대목은 매티스 장관의 동선. 교도통신과 NHK 등 일본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매티스 장관은 한국뿐 아니라 일본도 함께 순방할 예정이다. 한국과 일본, 어디에 중점을 둘 것인지 주목된다. 미국은 매티스 장관의 동북아시아 방문을 통해 한미일 동맹체제를 강화하고 대중국 압박 수위를 높이는 전략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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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한미일 삼각동맹 체제가 구체화하면 할수록 한국의 처지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이다. 한일 양국은 지난해 말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을 체결해 군사 협력을 진전시켰지만 서로 감정이 나빠질 가능성이 여전히 높다. 일본 각료들의 망언이 지금처럼 이어진다면 기존의 한일 관계가 더 악화하고 국민 감정상 우리 정부의 입지도 작아질 수밖에 없다. 트럼프 행정부가 이전처럼 일본의 편을 들어 한국에 압력을 가할 경우 우리 정부는 진퇴양난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사드 배치로 촉발된 중국의 대한국 보복 수위가 더 높아질 수도 있다.

군은 미국과 공조 강화를 위해 가능한 모든 역량을 동원하고 있다. 정경두 공군참모총장은 다음달 22일 미국을 방문해 군사외교를 펼칠 예정이다. 이상훈 해병대 사령관도 다음달 9일 방미길에 오른다. 매티스 장관을 비롯해 조지프 던퍼드 합참의장, 밥 위크 국방차관, 존 켈리 국토안보장관이 모두 해병대 출신이다. 해병대의 군사외교가 어느 때보다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권홍우기자 hongw@sedaily.com

권홍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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