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동안 먹거리는 풍성하지만 온 가족이 함께 ‘즐길거리’는 마땅치 않은 경우가 허다하다. 이럴 때 명절도 상관없이 문 여는 박물관과 미술관을 찾으면 볼거리, 놀거리가 다채롭다. 국립 박물관들은 설맞이 민속행사를 마련하고 주요 미술관도 연휴에 전시장 문을 열어 관람객을 맞는다.
◇민속놀이부터 세시 체험까지=경복궁 내 국립민속박물관은 40가지 체험 프로그램으로 구성된 설맞이 행사 ‘새벽을 여는 닭’을 오는 27~30일 박물관 곳곳에서 진행한다. 새벽을 알리는 힘찬 닭소리 만큼이나 신명 나는 전라도 임실 필봉농악의 공연은 액막이 비나리와 함께 웅장한 소리로 새해를 부르고, 설 당일에는 경기도 광명농악이 지신밟기와 함께 마당놀이를 펼친다. 야외전시장 오촌댁에서는 설 차례상 차리고 세배하기, 설빔 입고 사진찍기 체험 행사가 마련된다. 박물관 앞마당에서는 토정비결과 윷으로 점쳐 보는 올해 운세를 비롯해 새해 소원을 담아 만드는 연날리기, 쌀처럼 복이 일어나길 바라는 복조리 만들기, 색동천으로 복주머니 만들기 등의 프로그램이 설 연휴 내내 운영된다. 어린이박물관에서는 닭 그림 세화를 판화로 찍기, ‘쌍륙’ ‘고누’ ‘투호’ 등의 전통놀이, 5종 놀이 미션 체험과 퀴즈로 이뤄진 ‘설맞이 어린이 탐험대’ 등이 마련됐다. 평창동계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기원하는 ‘강원도의 멋과 맛’ 행사도 함께 열려 설피를 신고 주루막을 멘 겨울 심마니 체험부터 메밀묵밥, 강릉한과를 먹으면서 강릉농악, 정선아리랑, 관노가면극 공연도 관람할 수 있다.
서울 용산의 국립중앙박물관은 상설전시관만 설날(28일) 하루 문을 닫을 뿐 석조물을 전시 중인 야외 공간은 연휴 내내 개방한다. 불멸에 대한 염원을 담은 미라와 다양한 유물을 전시 중인 ‘이집트 보물전’은 교훈적인 동시에 교육적이다. 설 낮에는 박물관 열린마당에서 남사당 놀이 특별공연이 펼쳐진다. 국립경주박물관은‘민속놀이와 전통음식 체험’, 대구박물관은 ‘민속놀이 및 가족영화 상영‘, 김해박물관은 ‘재미로 보는 새해 윷점’, 진주박물관은 ‘십이지신 탁본 체험’ 등 문화행사를 준비한다. 부여박물관은 ‘가훈 써주기’, 전주박물관은 ‘전통공예품만들기’, 광주박물관은 ‘부적찍기체험’, 제주박물관은 ‘민속놀이와 음식체험’등을 마련한다.
◇유럽 거장부터 유영국까지=밀레의 ‘이삭줍기’, 반 고흐의 ‘정오의 휴식’ 등 인상주의 걸작 중 130여 점을 엄선한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의 ‘오르세미술관전’은 파리에 있는 프랑스 국립 오르세미술관에 있는 듯한 감동을 전한다. 체코의 국민화가이자 아르누보의 상징인 ‘알폰소 무하’의 작품들이 보여주는 화려함은 겨울 추위를 밀어낼 정도로 온기와 열기를 내뿜는다. ‘근대 건축의 3대 거장’으로 꼽히는 스위스 태생의 프랑스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의 작품들도 예술의전당 내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만날 수 있다. 지난해 유네스코는 독일·일본 등 세계 7개국에 산재한 코르뷔지에의 건물 17개를 세계문화유산에 등재했다. 이를 기념해 기획된 이번 전시에는 건축모형 외에도 회화와 드로잉 등 500여 점이 선보여 화가로서의 역량을 부각시킨다. 그런가 하면 에곤 쉴레, 클림트와 더불어 오스트리아를 대표하는 화가 훈데르트바서의 특별전이 세종문화회관 내 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건축가이자 환경운동가이기도 했던 특별한 작가의 순박하면서도 정겨운 작품들이 마음의 휴식을 준다. 한복을 입으면 무료입장이 가능한 덕수궁 내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는 한국 추상미술의 거장 유영국의 대규모 회고전이 한창이다. 강렬한 색채, 간결한 형태가 내뿜는 웅장한 울림이 새해의 새 다짐에 힘을 실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