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2017 대외경제정책방향]G2 보호무역 몽니에..."필요하면 하겠다" 몸낮추고 눈치보는 정부

"각국과 협력" 원론만 되풀이...구체적 대책 없어

수입 늘린다는 美제품 구체적 품목도 공개 안해

中, 사드배치로 혐한기류...日과는 소녀상 갈등

다자간 협정 대신할 양자FTA도 순항할지 의문







유일호(오른쪽 두번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유일호(오른쪽 두번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26일 항공기 등 미국산 제품 수입을 늘리고 다자간 무역협정(메가 FTA) 대신 양자 FTA로 통상전략을 수정한 대외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글로벌 무역질서가 미국·중국, 이른바 주요2개국(G2) 주도의 보호무역주의 격랑 속으로 급속히 빨려 들어가는 상황에서 정부가 대응할 수 있는 카드를 담았다. 하지만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각국과의 협력 방안을 강화하겠다는 원론적인 수준에 그치고 있어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실제 대외경제정책 방향에는 ‘필요하면 하겠다’는 애매모호한 표현이 다수 담겨 있어 정부가 G2 사이에서 ‘몸을 낮추고 눈치만 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협상 카드를 노출할 수 있다”며 미국산 제품의 구체적인 품목도 공개하지 않았다.

◇스트롱맨 시대 도래했는데…“필요하면 하겠다”는 정부=전 세계 무역시장에는 전운(戰雲)이 감돌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G2의 무역전쟁이 언제 터질지 모를 일촉즉발의 상황이다. 비단 G2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중국·러시아·일본 등 한국을 둘러싼 각국 지도자들의 극단적 성향과 자국 우선주의 경향으로 보호무역주의가 급속도로 확산되는 모습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이날 ‘2017년 세계 경제 전망과 주요 리스크 점검’이라는 자료에서 “스트롱맨의 시대가 도래했다”며 “외교·안보뿐만 아니라 경제·통상 분야에서 마찰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 1980년대에 불어닥쳤던 ‘보호무역주의’ 바람 이상의 광풍이 예고되고 있다는 것이다.


통상 분쟁이 갈수록 격화될 가능성이 높은데 정부는 근본적인 대응책은 내놓지 못한 채 속을 끓이고 있다. 협상의 상대방이 있는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추진하기가 어려운 현실 때문이다. 더구나 지금은 대통령 탄핵 정국에 권한대행 체제라 적극적으로 움직일 수도 없다.

이 같은 고민은 대외경제정책 방향에도 고스란히 담겼다. “미국과의 양자 협의 채널을 가급적 이른 시기에 가동하겠다” “필요 시 범부처 대표단의 방미 추진을 하겠다” “필요 시 세계무역기구(WTO), 자유무역협정(FTA) 채널 등을 적극 활용” 등의 표현이 그러하다. 구체적인 시기와 일정을 확정할 수 없는 현실을 보여준다. ‘필요 시’라는 표현은 대외경제정책 방향의 각각 다른 카테고리에 다섯 번이나 나온다. 반면 중국을 의식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표현은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다.


◇양자 FTA로 돌파구 마련될까=정부는 또 한·멕시코 FTA, 한중일 FTA 체결을 앞당기겠다는 목표를 마련했다.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나프타)을 재협상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한 상황. 다자간 무역협정인 메가 FTA 기조가 퇴조하는 상황을 양자 FTA로 풀어보겠다는 게 정부의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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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승호 기획재정부 대외경제정책국장은 “미국의 TPP 탈퇴가 반드시 우리나라에 나쁜 것은 아니다”라며 “TPP 가입 12개국 가운데 우리나라와 FTA를 맺지 않은 멕시코·일본 등과의 FTA 체결을 포함한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우선 한·멕시코 FTA 협상은 2008년 2차 협상 이후 멈춰 있다. 북중미 시장의 교두보인 멕시코를 뚫는다면 교역량 확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한·멕시코 FTA 협상을 시작으로 걸프협력회의(GCC) 6개국, 남미공동시장(Mercosur·메르코수르) 5개국과의 협상도 재개할 방침이다.

한중일 FTA는 TPP 체제 쇠퇴 이후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지만 난항이 예상된다. 중국은 최근 사드 배치 결정 이후 혐한(嫌韓)기류가 높아지고 있고 일본은 위안부 소녀상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어 정부의 계획대로 될지 의문이다.

/세종=김정곤기자 mckids@sedaily.com

김정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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