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산업혁명은 우리가 미처 변화의 낌새를 알아채기도 전에 국가와 기업 그리고 개인의 운명을 송두리째 바꿀 것이다. 인공지능, 로봇, 3D프린팅, 사물인터넷 등 4차 산업혁명의 신기술이 널리 활용되면 전통적인 제조업에 의존하던 국가는 몰락하고, 부가가치가 낮은 산업은 쇠퇴한다. 그리고 현존하는 직업의 절반이 사라질 것이다. 지금 각국 정부와 기업들은 4차산업혁명의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 생존경쟁을 벌이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그에 대한 준비가 미흡한 실정이다. 스위스의 UBS은행이 2016년 1월 세계경제포럼에서 발표한 ‘국가별 4차산업혁명 준비 평가 결과’에 따르면, “한국의 4차 산업혁명 준비 수준은 세계 25위”에 머무른다. G20 국가인 우리나라가 이처럼 초라한 성적을 기록한 것은 전통적인 제조업에 높은 비중을 둔 산업구조와 대기업 위주의 수직적인 경영 환경 때문이다.
제조업 강국인 독일은 4차 산업혁명에 잘 대비하고 있는 국가 중 하나다. 지멘스, BMW, SAP 등 독일의 글로벌 기업들은 2013년 3월부터 인더스트리 4.0(Industrie 4.0)의 플랫폼을 설립해 미래에 대비하고 있다. 지금 독일 기업들은 사물인터넷과 인공지능(AI), 로봇 기술을 융합해 생산 공정을 고도화한 스마트팩토리(Smart Factory)를 운영해 생산성을 높이고 있다. 그리고 독일 정부는 저출산과 고령화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이민자와 여성 등에게 취업 기회를 개방 생산가능인구를 늘리고 있다.
지금부터 10년 후까지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지 못하는 국가와 기업은 위기를 맞을 것이다. 4차 산업혁명으로 산업지형도가 바뀌면 전통적인 제조업에 의존하는 국가는 몰락하고, 세계 고용의 65%를 차지하는 주요 15개국에서 2020년까지 향후 5년간 51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다.
앞으로 미국은 물론 일본, 한국, 중국 등 국가의 제조 현장에서 인공지능을 탑재한 휴머노이드 로봇이 인간을 대신해 일할 것이다. 공장노동자와 단순사무직 등 많은 일자리들이 임시직으로 바뀔 것이고, 인간의 일자리 중 고급에 속했던 의사, 약사, 판사, 변호사 같은 전문직업군조차 인공지능에게 일자리를 빼앗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4차산업혁명은 우리에게 새로운 기회를 줄 것이다. 현재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애플 등 미국의 거대기업들은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자율주행차, 바이오기술, 3D프린팅 등 4차산업혁명 관련 기술에 투자를 늘리고 있는데, 새로운 시대에는 소기업들에게도 기회가 생길 것이다. 생산비용과 기술적인 한계 때문에 생산하기 어려웠던 다품종 소량생산이 3D프린팅 등으로 가능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한편 4차산업혁명의 시대에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협력이 강화될 것이다. 가상현실(VR), 자율주행차, 로봇 등의 분야에 진출한 여러 스타트업들이 구글과 애플 등 대기업과 협력해 이익을 내고 있다. 또 과거에 쇠퇴했던 닌텐도와 샤프 등도 다른 기업과 협력해 부활을 노리고 있다.
2013년 3월 지멘스, BMW, SAP 등 독일의 글로벌 기업들은 인더스트리 4.0(Industrie 4.0)의 플랫폼을 설립하자 이에 자극받은 GE, IBM, 인텔, 시스코 시스템즈, T&T 등 미국의 제조업체 빅5는 2014년 3월 인더스트리얼 인터넷 컨소시엄(Industrial Internet Consortium, IIC)을 설립했다. 또 중국 정부는 독일의 인더스트리 4.0을 롤모델로 삼아 ‘중국제조 2025 행동계화를 실시하기로 했다. 이로 인해 중국의 기존 제조업은 대규모 생산 위주의 방식에서 대규모 맞춤형 생산 방식으로 바뀔 것이다.
한편, 세계경제포럼의 창시자 클라우스 슈밥 회장은 2016년 10월 18일 한국 국회에서 “4차 산업혁명은 생산가능인구가 많은 국가에서 잘 수용될 텐데, 한국은 노령인구가 많고 출산율도 낮아지고 있으니 그에 따른 대비책도 마련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한국은 2027년에 고령 인구 비율이 20%를 초과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이다. 한국의 생산가능인구는 2016년 3,704만 명으로 정점을 찍은 이후 줄어들기 시작해 2060년에는 생산가능인구가 50% 이하로 줄 것이다. 한국은 앞으로 고령화 및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노동 생산성이 낮아져 장기불황에 시달릴 수 있다.
독일의 생산가능인구 비율은 1980년대 후반부터 줄어들기 시작해 현재 60% 중반까지 낮아졌지만 독일 경제는 꾸준히 성장했다. 독일 정부는 일찌감치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들 것에 대비해 여성에게 취업 기회를 늘려주었으며, 65세 이상 인구가 산업현장에서 계속 근무하도록 했고, 시리아난민 등 이민자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또한 앞으로는 신기후체제가 전통적인 제조업에 위기를 안길 것이다. 지구온난화로 여러 문제가 발생하자 미국, 중국, 일본 등 전 세계 195개 국가는 2015년 12월 파리기후변화협정을 체결하고 온도 상승폭을 1.5℃로 제한하기로 합의했다. 이 협정으로 선진국은 물론 개발도상국도 온실가스를 의무적으로 감축해야 하므로 기존 제조업에 위기가 찾아왔다. 따라서 앞으로 기후변화에 대비하는 신기술 등을 개발하는 국가와 기업은 부를 거머쥘 것인데, 현재 개발 중인 핵융합 실험로(International Thermonuclear Experimental Reactor, ITER)는 2030년대 이후에 상용화될 것이므로 그전까지는 셰일 가스가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사용될 것이다. 이로 인해 세계 최대 셰일 가스 생산국인 미국은 성장할 것이고, 전기자동차 시장도 커질 것이다.
최근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발화사고로 판매를 중단하는 등 한국의 IT산업은 위기를 맞고 있다. 지난 10여 년간 IT산업은 한국 경제를 이끄는 중심축이었는데, 이제 IT산업은 인공지능과 생명공학, 로봇기술 등과 융합되면서 진화하고 있다. 일례로 삼성전자는 미국 자동차 전장기업 하만을 80억 달러에 인수하고 스마트폰이 아닌 자율주행차와 사물인터넷 시장에서 세계 1위를 노릴 것이다.
세상 모든 만물이 인터넷으로 연결되는 사물인터넷 기술이 여러 산업과 융합되면 새로운 사업과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사물인터넷이 제조업에 널리 도입되면 소비자들이 제품을 선택하는 기준도 바뀔 것이다. 예를 들어, 미래의 자동차는 엔진과 타이어 등 물리적 부품이 아니라 어떠한 소프트웨어를 장착했는지에 따라 소비자를 더 많이 유인할 수 있다. 그런 이유로 삼성은 80억 달러라는 거금을 들여 하만을 인수한 지도 모른다. 한편, 도요타자동차는 자율주행차 연구에 1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할 계획인데, 2020년까지 일본과 미국에서 생산하는 거의 모든 차량을 인터넷에 연결하고자 한다. 또 구글은 여러 자동차 기업들과 함께 차량용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개발하고 있다. 이밖에도 사물인터넷은 스마트홈(Smart Home) 시장을 확산할 것이고, 사이버보안 시장도 성장시킬 것이다.
4차산업혁명 시대에는 인공지능 시장도 커질 것이다. 최근 알파고와 이세돌의 바둑대결 이후에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데, 보스턴컨설팅그룹에 따르면 “2025년에 로봇과 소프트웨어 등 인공지능이 전 세계 일자리의 25%를 대체할 것”이다. 인공지능 시장은 2020년에 급부상하고 2030년에 보편화될 것인데, 금융업계는 물론 산업 전반에 지각변동을 일으킬 것이다. 최근 핀테크 기업들은 인공지능을 활용해 수천 가지의 변수를 고려한 신용평가 모델을 활용해, 기존 은행들과 차별화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 휴머노이드 로봇이 요양병원이나 일반 가정에서 고령자의 건강 상태를 수시로 확인하고 응급상황이 발생하면 인공호흡 등 응급처지도 해줄 것이다. 또 물리치료사의 동작을 기계학습으로 습득한 재활 전문 로봇이 인간의 재활을 도울 것이다.
자율주행차 시장를 보면, 현재 메르세데스벤츠와 BMW 등은 운전자가 일정 시간이나 구간에서 스티어링 휠을 조작하거나 주행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없는 레벨3 수준의 자율주행차를 개발했는데, 운전자가 목적지나 주행경로만 입력하면 알아서 운전해 주는 레벨4 자율주행차는 2020년경에 개발될 것이고 2021년 이후 급속히 상용화될 것이다. 그 과정에서 도요타자동차와 현대자동차 등 자동차제조사와 구글, 애플 등 IT 거대기업이 자율주행차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 협력 또는 경쟁을 벌일 것이다.
한때 게임기 시장에서 쇠퇴했던 닌텐도가 포켓몬 고(Pokemon Go)로 재기한 사례를 보면, 앞으로 가상현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등이 오늘날의 스마트폰 못지않게 큰 인기를 얻을 것이다. 또 3D프린팅 시장이 2020년에 21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지금 전 세계는 저성장 기조가 이어지고 있는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장기적인 불황이 이어지니 허리띠를 졸라매는 소비자들이 늘어났다. 그러자 자주 쓰지 않는 제품과 서비스 등을 다른 사람에게 빌려주어 이득을 취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인식이 퍼졌다.
즉 자신이 소유한 물품이나 자원을 다른 사람과 나눠 쓰는 소비 행태인 공유경제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이제 사람들은 차량을 구매하지 않고 빌려 타고, 하나의 주택에 여러 사람들이 모여 사는 셰어하우스도 등장했다. 공유경제는 제품이나 서비스 등의 자원을 제공하는 사람과 제공받는 사람 모두에게 이익이다. 또 제품이나 서비스를 대량으로 생산하고 과잉 소비하면 국가적으로 낭비인데, 이러한 문제는 물론 환경오염까지 줄일 수 있다.
공유경제는 지금처럼 저성장 기조가 이어지고 파리기후변화협정을 체결한 상황에서 더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는 “전 세계 공유경제 시장 규모는 2025년까지 3,350억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는데, 앞으로 공유경제 시장은 B2C와 P2P, 2가지 형태로 이루어질 것이다. 자동차 제조업체와 호텔 체인 등 기업들은 B2C 형태의 공유경제 비즈니스를 도모할 것이고, 인터넷을 통해 서비스 플랫폼을 운영하던 기업들은 P2P 형태의 공유경제 비즈니스를 도모할 것이며, 새로운 스타트업도 많이 생길 것이다.
한편, 2016년 8월 삼성전자는 홍채인식 기술 등 신기술이 적용된 스마트폰이 발화 하면서 자발적 리콜을 취했다. 이로 인해 막대한 비용손실 및 주가하락을 겪어야 했다. 그러나 앞으로 삼성이 장기적으로 안정성과 품질을 강화시킨다면 오히려 득이 될 수도 있다. 전문가들에 의하면 사물인터넷 시대에는 해킹으로 인한 리콜도 골칫거리로 떠오를 수 도 있고 반대로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기술을 활용해 시제품 테스트를 보다 완벽히 한다면 리콜을 피할 수 있다고도 한다.
미래전략정책연구원은 [10년 후 4차산업혁명의 미래]에서 “2030년에는 전 세계 대학교의 절반이 소멸할 것이고 그 대신 무료오픈강의 플랫폼인 MOOC(Massive Open Online Course)와 미네르바 스쿨(Minerva Schools)이 성장할 것”이라고 말한다. 전 세계적으로 소비자지도가 바뀔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공유경제, 미래교육, 미래유망직업 등이 전 세계 소비 시장과 생활을 송두리째 바꿔 버린다는 것이다.
서울경제 파퓰러사이언스 편집부/장순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