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정치권에서는 박 대통령의 전날 인터넷 TV 인터뷰와 최씨의 기자들 앞 절규, 이날 이어진 최씨 측 이경재 변호사의 ‘특검 인권유린’ 문제 제기 등을 하나의 시나리오에서 나온 행동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했다. 실제로 25~26일 박 대통령과 최씨 측이 벌인 일련의 반격을 보면 ‘판 깨기’ 의도를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다는 것이다.
우선 박 대통령 탄핵심판 법률 대리인단이 25일 헌재의 불공정성을 문제 삼아 전원사퇴 가능성까지 시사한 것은 단순 지연 전략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헌재 심판의 정당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서울 시내의 한 사립대 교수는 “대리인단이 헌재 심판에 정당성이 없다고 주장하며 총사퇴하는 것이 박 대통령 측의 다음 수일 경우 심판 일정에 차질이 생길 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큰 혼란이 벌어져 헌재 결정이 예측할 수 없이 느려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박한철 헌법재판소장 후임을 임명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 박 대통령 측의 다음 수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헌재 심판은 9인 체제에서 나와야만 정당하므로 황 대행이 후임을 임명해야 한다는 논리를 펼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 경우 임명 자격 논란, 국회의 거부 등이 겹쳐 상당한 시간이 흐르게 된다.
최씨가 인권 유린을 부르짖으며 특검의 정당성에 의문을 제기한 것도 판 깨기 작업의 일환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씨의 주장은 박 대통령이 향후 특검 수사를 거부하거나 수사를 받은 뒤 문제를 제기할 수 있도록 기초공사를 해준 것으로 볼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박 대통령 측의 반격 전략 중 또 하나의 축은 보수층 자극을 통한 집회 유도다. 실제로 박 대통령은 인터넷TV 인터뷰에서 “태극기 집회에 촛불시위의 두 배가 넘는 참가자가 나와서 자유민주체제와 법치 수호를 외쳐 가슴이 미어지는 심정”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대화는 탄핵반대 집회 확대를 위한 명백한 ‘자극’이라는 게 야권의 판단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과 최씨 측이 재산을 지키기 위해 이 같은 반격을 결행했다고 보기도 한다. 실제로 박 대통령과 최씨 모두 ‘경제공동체’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기 때문이다. 최씨의 막대한 재산이 공동 재산이고 형성 과정에 불법이 있었다면 환수나 대규모 과세 등이 이뤄질 수 있다.
이 같은 일련의 반격을 총괄 설계한 주체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추측이 있지만 전·현직 청와대 간부들의 조언이 있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청와대의 조언이 없이는 박 대통령과 최씨 측을 총괄해 시나리오를 쓰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