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이 필수품이 되고, 사물인터넷과 인공지능 기술이 현실화된 디지털 시대에 오히려 아날로그의 바람이 거세지고 있다. 다이어리와 만년필 등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곧 사라질 것이라고 여겨지던 물건들이 되려 불티나게 팔리고 있는 것. 여전히 종이를 만지며 손으로 기록하는 행위에 애착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데다 불황 속에서도 ‘스몰 럭셔리’ 소비경향이 짙어지면서 생긴 현상이다.
26일 몰스킨에 따르면 2016년 다이어리 판매량이 전년대비 22% 늘었다. 3년 연속 상승세다. 교보핫트랙스에 따르면 12월 1~19일에만 14만6,400여 권의 다이어리가 팔렸다. 도라에몽, 배트맨 등 해마다 새롭게 나온 한정판 다이어리는 인기가 더욱 높다. 실제로 한정판 디자인 다이어리의 판매량은 각각 전년 대비 36%, 45% 증가했다. 노트에 적으면 스마트폰 등에 파일로 저장되는 신개념 필기세트인 ‘라이팅 컬렉션’도 판매량이 지난해 대비 38% 늘었다.
중장년층의 ‘서명용 필기구’로만 인식되던 만년필도 재조명받고 있다. 가격이 비싸고 사용법이 번거로운데도 매출이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고급 필기구 브랜드인 몽블랑은 국내 매출을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한국의 가파른 필기구 시장 성장세에 본사가 주목하고 있다”며 “한국은 세계 5위권의 필기구 시장”이라고 밝혔다. 몽블랑코리아는이 같은 가능성을 고려해 2014년 롯데백화점 잠실점에 선보인 ‘비스포크 닙 서비스’를 시작했고 지난해에는 신세계백화점 강남점과 대구점으로 서비스를 확대했다. 펜촉을 개인 맞춤형으로 제작해 주는 비스포크 닙 서비스는 전용 기계가 매우 고가여서 도입한 나라가 세계 12개국에 불과하며 한 도시에서 3개 이상의 매장을 운영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만년필 브랜드 파카 역시 올해 브랜드를 전면적으로 리뉴얼해 젊은 층을 끌어들이겠다는 전략이다.
몰스킨 국내 유통사인 항소 측은 “빠르게 변화하는 디지털 시대에서 오히려 노트나 만년필을 사용함으로써 안정감을 느끼고 자신의 개성과 감성을 표현하는 소비자가 많다”며 “아무리 스마트 기기가 편리해지더라도 다이어리나 만년필을 찾는 사람들은 줄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