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단독]②소비 위축? 백화점 명품매출은 사상 최대

지난해 백화점 명품 매출 9% 뛰어

전체 매출 가운데 명품 비중 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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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란에서 공공요금까지 몸으로 느끼는 대부분의 물가가 뛰며 국민들이 소비를 줄인다지만, 비싼 명품에는 지갑을 더 열고 있다. 지난해 백화점 매출 가운데 명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하듯 우리나라에 진출한 명품업체들은 눈치도 보지 않고 매년 제품 가격을 올리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28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11월 기준) 국내 백화점 매출 가운데 해외유명브랜드 비중은 13.6%를 기록했다. 이는 산업부가 지난 2012년 백화점의 매출 추이를 집계한 이후 최대치다. 해외유명브랜드는 매출 집계 대상인 롯데백화점과 현대백화점, 신세계백화점에 입점해 있는 소위 명품(名品)을 말한다. 백화점마다 차이가 있지만 가방과 의류 등을 파는 고가의 브랜드를 비롯해 화장품 매장까지 합산된다.


백화점 매출 가운데 명품 매출은 지난 2013년 11.9%에서 2014년 12.2%, 2015년 12.5%에 이어 지난해 13.6%로 4년 연속 뛰고 있다. 특히 지난해 명품의 매출 성장은 더욱 가팔라졌다. 명품의 매출 증가율은 2012년 2.94%에서 2013년 4.38%로 뛴 후 2014년(4.3%)과 2015년(3.15%) 다소 주춤했다. 하지만 지난해는 명품의 매출 증가율이 8.94%에 육박했다. 명품 매출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감염 확산으로 사람들이 외출을 꺼렸던 2015년 6월(-11.2%) 이후 17개월 연속 뛰고 있다. 경제성장률 둔화와 뛰는 물가에 소비자심리지수(CCSI·95.8)가 금융위기 직후(2009년 4월) 최악이라고 하지만 명품은 날개 돋친 듯 팔리는 셈이다.

[소비자양극화]백화점 명품 매출 비중


[소비자양극화]백화점 명품 매출 증감


지난해 백화점 매출은 3.5%가량 늘었는데 식품(6.64%)을 제외하면 사실상 명품이 매출을 끌어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비식품품목 매출 가운데 명품 매출 증가율(8.94%)이 압도적이었고 전체 매출에서 비중이 8.5%가량인 가정용품(5.31%)이 그나마 괜찮았다. 하지만 매출 비중이 높은 아동스포츠(16.6%)와 잡화(16.5·), 여성캐주얼(14.8%)은 매출 증가율이 1~2% 수준에 그쳤다.


특이한 점은 소비 위축 등의 영향으로 사람들의 평균 구매단가는 줄었는데 비싼 명품매출은 뛴 것이다. 2015년 백화점 고객의 평균 구매 건수가 전년에 비해 1.14% 늘었는데 구매단가는 2.4% 줄었고 지난해 역시 구매 건수는 5.45% 증가했지만 구매 단가는 1.78% 감소했다. 구매 건수 뛰는데 구매 단가가 감소했다는 것은 물건 1개를 더 싸게 산다는 의미다. 하지만 매년 국내에서 가격을 올리는 명품은 지난해 9%가량 매출이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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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부진에도 사람들이 명품에 더 지갑을 여는 탓에 해외 유명 업체들은 보란 듯이 가격을 올리고 있다. 비싸도 사기 때문이다. 이달 6일 에르메스가 지난해 2월에 이어 1년도 지나지 않아 가방과 스카프, 타이 등 가격을 1~6% 인상했고 샤넬도 지난해 2월과 5월 연달아 제품 가격을 높인 데 이어 이달 1일 또 백화점과 면세점 화장품 가격을 1~5% 올렸다. 이에 질세라 루이비통도 지난해 말 일부 제품 가격을 평균 7% 높였다.

가격 인상에 그치지 않고 명품업체들은 백화점과 면세점 입점 조건이 맘에 들지 않으면 ‘방을 빼겠다’며 으름장을 놓는 일이 예사로 벌어지고 있다. 하지만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해 면세점도 증가한 터라 유통업계는 울며 겨자 먹기로 명품업체의 비위를 맞추는 상황이다.

국내 중견 패션업체 관계자는 “백화점은 1층에 어떤 명품 브랜드가 입점해 있느냐에 격이 달라진다”며 “대표적인 명품인 샤넬과 루이비통같은 업체가 매장을 철수한다고 하면 (백화점은)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세종=구경우기자 bluesquare@sedaily.com

지난해 서울의 한 백화점에서 열린 명품 세일 행사./서울경제DB지난해 서울의 한 백화점에서 열린 명품 세일 행사./서울경제DB


구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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