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소장은 31일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강당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우리 헌법질서에 극단적 대립을 초래하는 제도적·구조적 문제가 있다면 지혜를 모아 이른 시일 내에 개선되는 방향으로 나아가기를 희망한다”면서도 “헌법 개정은 결코 정치적 목적이 아니라 인간 존엄, 국민 행복과 국가 안녕을 더욱 보장하고 실현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퇴임사의 방점은 ‘정치적 목적의 개헌은 안 된다’에 찍혔다. 개헌 시기와 형태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은 현시점에서 박 소장이 개헌 문제를 언급한 것은 개헌론에 정치적인 목적이 녹아 있다는 우려를 표출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정치권의 개헌론은 4년 중임 대통령제, 임기 3년 대통령제, 이원집정부제, 중앙·지방 권력이양 등 다양한 형태로 뒤섞여 있다. 이에 정치권 내부에서도 개헌론이 각 정당이나 대선후보별로 집권이나 권력 연장을 위한 정략적 매개체라는 평가가 나온다.
박 소장은 “사회적 갈등과 모순을 조정하고 헌법질서에 따라 해결책을 찾는 데는 무엇보다 정치적 대의기관의 적극적인 역할과 노력이 필요하다”며 “정치적 기관들이 결코 갈등과 분열을 조장해서는 안 되며 대화와 타협이 우선돼야 한다”고 국회와 정치권의 역할을 당부하기도 했다.
박 소장은 이와 함께 “조속히 (탄핵심판의) 결론을 내려야 한다는 점은 국민이 공감하고 있을 것”이라며 남은 재판관들에게 속도전을 주문했다. 지난 25일 ‘3월13일 이전 선고’라는 일정 제시와 같은 맥락이다.
박 소장은 이날 임기 만료로 헌법재판관직은 물론 제5대 헌법재판소장직에서도 물러났다. 헌법재판관으로 임명된 지 6년, 소장으로 임명된 지 3년10개월 만이다. 헌재는 일주일 내에 재판관 호선으로 소장 권한대행을 뽑을 예정이다. 이전까지는 최선임인 이정미 재판관이 임시 소장 권한대행을 맡는다.